[오늘의 DT인] "다음 세상 넘어가는 매개체 역할"… `한지 예술 독창성` 세계에 알린다

입력: 2024-10-23 11:43 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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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오대륙 뮤지움'서 12월 8일까지 특별전 열어 소개
'한지 작업' 무궁무진한 가능성 지녀… 스테인드 한지도 제작

[오늘의 DT인] "다음 세상 넘어가는 매개체 역할"… `한지 예술 독창성` 세계에 알린다

박동삼 작가가 자신의 작품 '실루엣' 앞에 서 있는 모습<박동삼 작가 제공>

박동삼 작가

10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디는 보존성을 지닌 전통 한지(韓紙). 이런 한지로 구현하는 독창적인 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한 작가가 있다.

한지 조형예술가 박동삼(사진) 작가다. 그는 독일 뮌헨의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제안을 받아 10월 10일~12월 8일까지 뮌헨 오대륙 뮤지움(Five Continents Museum, Munich)에서 특별전을 연다. 오대륙 뮤지움은 유럽을 제외한 다른 다섯 개 대륙의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박동삼 작가는 "영사관을 비롯해 전주시에서 한지 예술을 유럽에 알리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며 "정부가 한지 기술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목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오대륙 뮤지엄에서 한국 문화예술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가 지니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는 박동삼 작가<박동삼 작가 제공>

그는 전시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더 실루엣 오브 타임'(The Silhouette of Time)이다. 가로 14미터, 세로 2.4미터에 달하는 작품으로 거목의 나무줄기가 옆으로 뻗어나가 해체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은 우리 순수 한지를 이용해 제작했다. 박 작가는 "몇 년 전 미국 사막 여행을 하다가 거목이 쓰러져 죽어있는 뿌리를 옆으로 쳐들고 있는 것을 봤다"며 "그것이 작업의 모티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자연물을 보면서 제 자신을 반추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동삼 작가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작품 해설을 하는 모습<박동삼 작가 제공>

바로 앞에는 작은 크기의 부처 두상이 전시돼 있는데, 시선은 작품을 향하고 있다. 박 작가는 "부처는 깨달음과 사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세상의 만물을 지긋이 관조하듯이 바라보는 이미지로 작품 앞에 세워 '개념'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 당시 종교탄압을 겪은 순교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전시했다고 소개했다.

박동삼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박동삼 작가 제공>

박 작가는 이번 한지 전시회 리셉션에 아쟁 연주가 김남국 씨를 섭외했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아쟁의 명인인 고(故) 윤윤석을 사사한 연주가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리셉션에 독일에 있는 외교관들을 비롯해 300여명 정도 손님이 왔다"며 "김 연주가가 제 작품을 토대로 곡을 작곡한 뒤, 아쟁으로 연주해 현대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한지 예술과 음악이 접목된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가 이런 멋진 전시를 하기까지의 작업과정은 지난하다. 그는 여러 작업 중 부조작업을 설명했다. 작업은 다양한 모형을 목판에 판각한 후 그곳에 한지를 넣은 뒤, 이들을 주물처럼 다시 떠내는 과정을 거친다. 박 작가는 "판각된 부분에 얇은 한지에 풀과 물을 섞어서 넣은 뒤 배접붓으로 두드린다"며 "이 과정을 수없이 진행한 후 건조시켜서 형틀을 뽑아내면 작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지를 접합하기 위한 풀을 만드는 과정도 상당히 까다롭다. 풀 제작은 겨울철 몇 개월만 가능하다. 박 작가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다 제거된 상태에서 매일 물을 갈고 걸러주면서 만든 전통풀을 써야한다"며 "풀을 잘못 쓰면 나중에 부스러지거나 썩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눈에 안 보이는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리된 작품을 다시 설치하는 모습<박동삼 작가 제공>

대형 작품의 경우 옮길 때도 상당히 손이 많이 간다. 작품을 낱개로 하나하나씩 분리한 뒤, 그들을 작은 단위로 상자에 넣어야 한다. 이번에 오대륙 뮤지움에서 선보인 대형 작품도 박스 세 개에 나눠서 이동했다.

박 작가는 "전시장에 가면 박스에 있던 작품들을 다시 조립을 해야 한다"며 수작업이라 설치할 때도 정말 어렵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작가는 '한지 작업'을 예찬한다. 한지가 가진 무궁구진한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사실 50대 중반 넘을 때까지 한지 작업을 가지고 실험만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한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예술품을 만들 수 있고, 다른 것과 결합해서도 엄청난 예술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부연했다.

최근에는 스테인드 한지도 제작했다. 박 작가는 "서양에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듯이 한국도 스테인드 한지를 만들 수 없을까 해서 10여년 동안 연구를 해왔다"며 "최근에 완성을 했고 지금 특허 출원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관 오른쪽에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 당시 종교탄압을 겪은 순교자들의 모습을 담은 '실루엣 124'의 일부가 걸려있다. <박동삼 작가 제공>

박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한지를 '우리 삶의 근간'으로 정의했다. 그는 "한국 전통사회에선 사람이 태어나면 한지로 만든 옷을 입히고 양말도 만들어 신긴다. 죽은 뒤에도 한 지로 싸서 저 세상으로 보낸다"며 "단순한 미술재료가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독일 국립카셀미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으며, 손기정기념관건립 컨텐츠부문 자문위원, 대한민국 한지대전 심사위원, 전주한지공예대전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개인전은 '더 실루엣 오브 타임'(뮌헨 오대륙 뮤지움, 독일)을 비롯해 모두 17회를 열었으며, 단체전은 '글로벌 페이퍼6'(Global Paper6) 국제종이조형트리엔날레 2024'(데겐도르프시립미술관, 독일) 등 국내외 전시에 다수 참여했다.

지난 2021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G20정상회담에 한지 조형전시작가로도 초대받았다. 수상경력은 국제종이조형트리엔날레, 제8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동상, 독일 카셀미술대학교 '룬드강 프레리스'(Rundgang Preris), 동경국제트리엔날레 입선이 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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