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틈을 타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특검법을 재표결 할 경우, 이탈표가 나오는 상황까지 감안해 '한동훈표' 법안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한 대표가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 놓고 김건희 특검을 반대한다면 비겁하다는 소리만 듣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 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국민 앞에 결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적당히 사과하고 적당히 활동 자제하고, 적당히 인적 쇄신하고, 적당히 특별감찰관 임명하고 해서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건희 특검을 하지 않는 이상 국민의 요구를 해소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전날(23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한 대표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면 거기에 대해 논의를 해보겠다"며 "지난번 채해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제3자 추천안 얘기만 하고 발의는 안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말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들이 어제(22일) 20명 넘게 모였던데 발의 요건이 충분하지 않나. 발의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발의하면 민주당은 거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두 차례나 김건희특검법을 발의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히 좌초됐다. 여야가 재표결을 거칠 때 찬성 요건을 충족하는 의석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헌법상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출석,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재적 의원은 300명으로 20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108석을 점하고 있어 이 중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통과가 어렵다.
다만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실시된 재표결에선, 국민의힘에서 최대 4표 이상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 의원들이 당시 전원 표결에 참석하고 기권·무효표가 2표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6표만 이탈했으면 가결될 수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14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표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25일 마무리되는 만큼 다음달 초에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검법 심사를 마치고, 11월 14일까지 표결을 해야 그 달 내에 재표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두번째 재표결 때보다 더 많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일부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특검법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도 대통령실도 문제를 대하고 풀어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당원들도 국민들도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법을 막아내는 마지막 힘은 108명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서 나온다"며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추후 이재명 대표와 한 대표 간 2차 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의제로 꺼낼 계획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