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출모집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설정하는 등 연말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대출모집인 의존도가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에 대한 조치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부터 대출모집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부여한다고 24일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별로 한도를 두고 관리하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취급 한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은 지난달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가리킨다.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관리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이들이 가계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8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잔액은 23조135억원으로 그중 11조4942억원(49.9%)이 대출모집인을 거쳤다.
일부 은행은 올해 상반기 한 때 전체 주담대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을 대출모집인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전만 해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는 10~20%대에 그쳤으나, 갈수록 눈에 띄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출 액수를 보면 이런 변화가 한층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올해 1~8월 월평균 9조7816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8월 평균 6조5732억원 대비 대폭 늘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대출모집인이 끌어온 신규 주담대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7월과 8월 각 11조9023억원, 11조4942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5일부터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 금리를 1.0~1.9%포인트(p) 축소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 감면권을 최대 0.4%p 축소한다.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