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추경호 겨냥 대표 역할 강조
친한·비한 두쪽으로 갈리며 설전
친윤 김재원 "보수 공멸 가져올수도"
친한·비한 두쪽으로 갈리며 설전
친윤 김재원 "보수 공멸 가져올수도"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난 이후 당 지도부가 명확히 두 쪽으로 갈라졌다.
한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며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원내의 업무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정상화 등에도 당대표가 앞장서는 것이고, 당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기에 전국 규모 선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발언은 본인과 함께 당 투톱으로 꼽히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권한 범위를 나누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한 대표는 "당대표로서 다시 말한다.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자"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다른 일정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의 힘겨루기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에서 촉발한 만큼 당 전체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뿐 아니라 원외, 심지어는 당원들까지 친한(친한동훈)과 비한(비한동훈)으로 나뉘어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배현진 의원을 비롯한 친한계 의원들은 전날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추 원내대표에게 "특별감찰관 도입을 반대하냐"며 의원총회를 개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의총을 열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얼굴을 맞댄 공개석상에서도 충돌했다. 친윤계로 불리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옆에 두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은 "당에서 배출한 당원인 대통령을 상대로 국정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정에 협조도 하고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일정한 금도가 있어야 한다"며 "혁신과 변화의 이름으로 우리 편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정도가 금도를 넘어갈 때는 우리 편에게도 상당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최고위원은 "불과 얼마 전에 보수 대분열로 참담한 고초를 겪었던 과거가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가슴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며 "자해적 행위로서 보수 진영의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지지자들에게 등을 돌리게 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직격했다.
반면 원외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특별감찰관 제도조차 온갖 비합리적 이유를 들어가며 도입을 회피한다면 그것이 여론과 민심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민심을 성나게 하는 정치는 제발 그만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향배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세 번째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을 다음 달 14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김 여사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무기명 재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두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은 국민의힘의 당론 부결에도 최대 4표 이탈했다. 민주당은 이 틈을 노려 이탈표가 나오는 상황까지 감안해 '한동훈표' 법안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2차 회동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4시간가량 앞두고 이 대표가 제안한 회담에 화답했고 양측은 현재 시기 등을 조율 중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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