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주가가 24일 급등하면서 단숨에 '황제주'(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에 올랐다. 향후 MBK파트너스·영풍과의 지분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 속에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전거래일 대비 26만2000원(29.91%) 오른 1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공개매수가인 89만원보다 낮은 87만6000원으로 마감한 주가는 개장 직후 급등해 마감 때까지 상한가를 지켰다. 국내 증시의 유일한 황제주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가(104만1000원)도 가볍게 제쳤다.
경영권 분쟁 발생 전 40위권을 유지하던 유가증권시장 내 고려아연의 시가총액 순위는 이날 13위까지 높아지며 27계단을 뛰어올랐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이번 분쟁의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영풍정밀 주가도 가격제한폭(30.0%)까지 치솟아 2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가를 밀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당분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의 호재성 재료료 인식된다. 분쟁 당사자들이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는 만큼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군인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모두 끝났지만 양측 모두 안정적인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베인캐피털과 함께 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포함하면 고려아연 지분율을 최대 36.49%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개매수를 끝낸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율을 38.47%까지 높인 상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인 점을 반영하면,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2.74%,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40.27%가 될 수 있다.
향후 지분 차이가 미미한 양측이 각자 장내 매수와 우호지분 확보 등을 통해 치열한 지분 경쟁을 이어갈 경우 주가가 추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다. 국민연금이 어느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추격 매수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변수가 많고 이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 데다가, 시장에서 유통가능한 물량 역시 크게 줄어 주가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는 이전 가격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한진칼과 현대엘리베이터, LG그룹 역시 경영권 분쟁이 해소된 이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한진칼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한참이던 지난 2020년 3월20일부터 4월17일까지 한 달여간 주가가 5만3300원에서 10만9500원까지 105% 상승했다. 4월 20일 장중에는 11만원 위까지 올라가면서 연초 주가 대비 3배나 뛰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주가는 6만원대까지 내렸고, 분쟁 이슈가 마무리된 2021년 5월께에는 5만원대로 주가가 회귀했다.
한편 고려아연 주가는 연초 이후 이날 종가까지 134% 상승한 상태다. 영풍정밀은 112.24%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