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면서 1400원선에 다가섰다.
일각에서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원화값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훨씬 가파르다.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기 부진 속에 환율 급등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환율 왜?
최근 환율이 오르는 것은 미 달러화 강세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한국은 국내 경기 부진 우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의 여파로 원화는 더 강한 평가 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 일반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달러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것도 달러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중동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하락 폭도 더 크다
지난 26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반) 종가(1380.20원) 대비 9.00원 상승한 138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중 1390원 선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87.95원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의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환율 비교에 따르면 이달들어 25일까지 원화는 5.21% 하？했다. 9개 국 통화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 엔(-4.92%), 호주 달러(-4.35%), 영국 파운드(-3.07%), 유로(-2.87%), 캐나다 달러(-2.45%), 스위스 프랑(-2.21%), 중국 위안(-1.52%), 대만 달러(-0.69%) 모두 원화 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원·달러 환율 1450원도 간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나타낸 이유로는 국내 경기 우려가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한은 전망(0.5%)에 크게 못 미쳤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2601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의 주요 변수로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단 전망치를 1450원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불안한 경제…한은 11월 기준금리 또 인하?
정부와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심은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경기부진이라는 금리 인하 요인과 원·달러 상승이라는 인하 억제요인이 중첩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과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금통위가 다음 달 28일에도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아 1400원에 근접한 데다,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