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달 1일 두 대표의 첫 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양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측은 두 대표의 2차 회담 시기와 의제, 회동 형식 등을 조율하고 있다. 시기는 확정되진 않았으나 이르면 이번주부터 늦어도 다음달 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다음달 14일 세 번째로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고, 다음날인 15일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의제는 1차 회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번 대표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핵심 의제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씨 불법 여론조사 등으로 더욱 커진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앞세워 한 대표에게 특검법 동참을 거듭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대표는 이에 대응해 '특별감찰관 추천'을 내세우고 있으나,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주장이 힘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내에서도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한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 역시 난관이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내달 둘째 주에 열 계획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회담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다시 들고 나올 전망이다. 시행이 두 달 가량 남은 금투세의 경우 정부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당론을 지도부에 일임한 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그간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국정 현안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서 결정할 적절한 시기나 회의를 잡지 못했다"며 "조만간 당론 결정 시기나 형식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9월 회담과 마찬가지로 양당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의제로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꼽힌다. 두 대표가 모두 의료공백 해결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공감대를 이룬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에 방점을 두고 있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전공의 단체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차 대표회담에서 사실상 유일한 성과로 평가받는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는 오는 28일 출범할 예정이다.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2+2 회동'을 갖고 민생협의체 출범 관련 논의에 나선다. 양당에서 밝힌 주요 의제는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등 경제·산업 지원 방안과 자영업·소상공인 지원방안, 저출생 대책 과제 등이 포함된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