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업계 관계자의 위원회 진입을 사실상 금지했고, 관련 규정상 고위 공무원과 7년 이상의 부교수 경력 등을 보유해야 위원회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위원회가 산업의 진흥 보다 '규제'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위원회 위원은 진흥하자는 분과 보호를 조금 더 중시하는 분들을 균형 있게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해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위원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장 및 사업자에 대한 정책, 제도 등의 자문기구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15명 내외로 구성된다.
금융위가 정한 위원 기준은 금융위 3급 이상 공무원, 가상자산 관련 중앙행정기관 3급 이상 공무원, 판사·검사·변호사 7년 이상 재직자, 부교수 7년 이상 경력의 전문지식 보유자 등이다. 별도의 추천이나 후보자 검증 없이 부위원장이 임명이나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준이 대부분 기존 산업 관련 자문위원회 기준에 맞춰 정해진 것으로 보고, 가상자산위가 사실상 새로운 규제기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산업이 비교적 최근에 조성됐고, 산업과 자산의 특성이 모두 기존과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할 경우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립적인 시각을 위해 민간위원의 대부분은 학계가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디지털자산 관련 업종을 전공하며 부교수 7년 이상 경력을 채운 전문가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법이나 산업 모두 기존의 자본시장 관련 전문가 분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혁신을 지향하는 디지털자산 산업과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 기준으로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를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 밝힌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업계 또는 이익과 관련된 사람들이 직접 오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전문가 중심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민간위원 중 최소 1명 정도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저겡도 "우려되는 부분을 보완하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상위원회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쌓여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 내에서도 디지털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업계 인원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상위원회의 전문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하마평조차 추측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정부나 국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 등에 자주 참석했던 분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현재 위원회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준대로라면 학계나 공무원, 법조계 모두 연령층이 꽤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디지털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요 연령층과 산업 특성을 생각하면 위원회 내 연령층에 대한 밸런스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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