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취업 대신 곧바로 창업
2019년 3명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
현재 30여명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
"생태계 발전 이루려는 팀 많아져야"
2019년 3명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
현재 30여명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
"생태계 발전 이루려는 팀 많아져야"
![[오늘의 DT인] "한국시장은 계륵…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규제 완화 필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2802102163060001[1].jpg "[오늘의 DT인] \"한국시장은 계륵…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규제 완화 필요\"")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
"해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들은 한국 시장을 '계륵'이라고들 합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는 한국 사업자들도 대부분 해외로 나가고 있고요."
웹3.0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를 운영하는 예준녕(28·사진) 대표는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적지 않고 글로벌 기준으로도 규모가 큰 시장이지만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기엔 규제가 많아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가상화폐 친화적인 싱가폴이나 두바이에는 이미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투자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게임이나 콘텐츠, K팝, 웹툰 같은 한국만의 지적재산권(IP)이 해외 프로젝트 팀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좋은 프로젝트가 한국에는 상장되지 않으면 결국 한국 유저들도 해외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 대표는 한양대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다. 그가 대부분 반도체 기업으로 취업하는 동기들을 뒤로하고 곧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는 "2018년 이더리움 백서를 접하면서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매료됐다"며 "과거의 '인터넷'처럼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토크노믹스 앱이 생성되고, 기업으로부터의 탑다운 방식이 아닌 커뮤니티 유저 입장에서 생겨나는 재미있는 생태계 같았다"면서 "블록체인을 통한 데이터 소유권이나 기술에 기여해 얻는 보상,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같은 철학적인 부분들도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예 대표가 시장에 진입한 2018년경에는 지속가능성 없는 '사기성'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태반이었다. 그는 "그 중에 비전이 있는 회사를 찾아서 한국 시장을 알려보자는 차원에서 디스프레드를 만들었다"며 "운좋게도 당시 클라이언트들이 현재 대부분 전세계 시총 100위 내 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던 만큼,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굴해내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었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꼼꼼한 실사 후에 거래소에 상장이 되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비상장 주식보다도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그는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처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며 "설립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와 실제 기술을 검증하고 이들에게 투자한 VC들은 어떤 면을 보고 투자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 대표는 그간 협업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현재 알트코인 시가총액 3위 수준인 솔라나를 꼽았다.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 메인넷(네트워크) 출시 전 단계였던 솔라나와 협업하면서 디스프레드는 영문으로 돼있는 백서를 한글 콘텐츠로 발간하고 자체 리서치에도 공을 들였다.
![[오늘의 DT인] "한국시장은 계륵…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규제 완화 필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410/2024102802102163060001[2].jpg "[오늘의 DT인] \"한국시장은 계륵…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규제 완화 필요\"")
예 대표는 "그동안엔 코인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이 많았는데 솔라나는 처음으로 개발자를 위한 가이드 같은 것들을 출시하면서 좋은 팀과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까지도 좋은 퍼포먼스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5년간 생태계 자체도 많이 성숙해졌다. 초기에는 블록체인과 코인이 단순히 투기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인재와 자본이 많이 몰리면서 생태계 자체가 성숙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게 예 대표의 진단이다.
2019년 3명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한 디스프레드는 현재 약 30명 규모로 성장하며 웹3.0 시장 전략 컨설팅은 물론 리서치와 랩스를 운영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특히 현재 랩스 부문에서는 늦어도 내후년 출시를 목표로 시장 동향과 여러 데이터들을 한 눈에 확인하고 시장 확장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대시보드를 개발 중이다. 가령 북미나 유럽권의 프로젝트 팀의 경우 자체 문화와 시장 규제가 독특해 진입을 어려워하는데, 아시아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식이다.
예 대표의 최종 목표는 디스프레드가 단순한 컨설팅 또는 리서치 기업에 머물지 않고, 웹3.0 시장의 '블룸버그'가 되는 것이다. 블룸버그 터미널은 모든 시장의 실시간 데이터와 심층 리서치,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을 가능케하는 통합 솔루션 서비스로, 전세계 금융기관 실무자들과 트레이더들이 경제상황 모니터링과 분석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서도 기관이나 사업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데이터 툴 역할을 하고 싶단 의미다.
과거에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재단에서 업데이트하는 정보에 주로 의지했지만, 최근엔 온체인 지표만 분석해 보여주는 리서치 툴이나 리서치 전문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예 대표는 한국 블록체인 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와 사업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단순히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태계 발전을 이루려는 블록체인 팀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며 "또 동시에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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