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진·환자 320명 수사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다수의 제보를 바탕으로 진료비 쪼개기 수법 등을 이용해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해 해당 건을 지난 8월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달 중 해당 사기에 연루된 병원 의료진과 환자 등 보험사기 일당 약 320명을 검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상담실장(부원장) A씨는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권유했다. 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체외충격파 또는 도수치료로 진료비 영수증을 분할해 발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주로 관절의 통증 완화를 돕는 고강도 레이저치료는 1회당 50만~60만원이며, 10회로 구성된 패키지는 약 5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A씨는 1일 통원보험금 한도(약 20만원)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여러 날에 걸쳐 진료비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예를 들어 치료비 본인부담률이 30%이고 1일 통원보험금 한도가 20만원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1회 60만원의 치료비를 정상 청구하면 보험금 20만원(한도)이 지급되는 반면, 3회로 분할해 각각 청구하면 보험금 42만원(14만원·14만원·14만원)이 지급된다.
이런 방식으로 전산 진료기록에 '쪼개기'라고 별도로 기재하고, 환자별로 진료비 총액에 맞춰 횟수와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쪼개기(20만원·20만원·20만원)로 기재된 환자의 경우 실제로 1회당 60만원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진료비 영수증은 20만원씩 3회로 나눠 분할하라는 의미였다.
이 밖에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은 날에도 치료한 것처럼 허위 통원기록을 입력해 진료비를 분할했고, 진단코드를 수시로 변경하는 등의 진단명 바꿔치기 정황도 다수 조사됐다. 특정일 이후 치료 부위를 팔꿈치에서 무릎으로 바꾸라는 내용이 전산기록부에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320여명은 의료진의 권유에 현혹돼 해당 병원에서 발급받은 허위 진료기록으로 보험금 청구했다. 실제 진료기록과 다르게 발급된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 영수증 등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7억원을 편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 및 의료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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