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막판 종합감사에서 '나라 곳간'을 놓고 놓고 대립했다. 야권은 기획재정부에 2년째 세수 결손을 문책했고 여권은 국채 발행 자제를 평가하며 맞섰다. 앞서 관세청 등 국정감사 중 전·현직 영부인 해외순방 물품 구매·세관 신고를 도마에 올렸지만 재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28일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본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약 29조6000억원 부족한 337조7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하지 않고 가용재원을 활용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가 국감 보고 이전 언론을 통해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50분간 정회로 감사가 중단됐다. '국회 패싱'이란 지적에 최 부총리는 "꼼수를 부리거나 정부의 확정된 것을 통보드린 게 절대로 아니다"며 몸을 낮췄다.
대응 방안엔 지방교부세(금) 지급 규모를 6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축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외국환평형기금·주택도시기금 등 최대 16조원 기금을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6조원 규모 외평기금 활용 계획이 '없다'던 기재부 입장이 달라져 "허위보고"라고 질타했다.
최 부총리에게 '주의'를 줘야한다고도 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국회에 먼저 보고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먼저 받아봤다"며 '사후 통보'를 문제삼았고, 정태호 의원도 "꼼수"로 규정하며 "부총리의 사과 없이 질의한다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이종욱 의원이 "기본적으로 재추계 대응 방안은 기획 영역이 아니라 대응 영역"이라며 "외평기금도 외환시장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활용해야 한다. 그 재원을 활용하지 못하면 다른 민생사업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대리 방어에 나섰다.
같은 당 박성훈 의원은 "재정은 지속가능성이 제일 중요하다. 국채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 내 여유 재원, 가용 재원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겠단 정부의 결단"이라고 가세했다.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구엔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세입 경정만을 위한 추경은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에선 경기침체 우려도 제기됐다. 이인선 의원이 입장을 묻자 최 부총리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온 것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올해 성장률 자체는 4분기 숫자가 어떻게 나오든 간 '잠재성장률 이상'이 나오기 때문에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선 '곳간지기'인 기재부 압박이 이어졌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마치 기재부 마음대로 주물럭할 수 있는 것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재정을 주무르고 있다"고 꼬집었고, 임광현 의원은 "자료도, 검토할 시간도 부족하니 별도의 재정청문회나 현안 업무보고로 중히 다뤄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최상목(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