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계정(금안계정) 설치를 목표로 한 법안이 발의되고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해가면서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 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금안계정은 예금보험기금 일부를 활용해 부실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다가 새로운 국회에서 재논의하는 것으로, 여야 의견 합의 가능성은 높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안계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금안계정은 유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22년부터 고민한 예보의 숙원사업이다. 예보는 하반기 조직 개편을 통해 금안계정을 담당한 금융안정 태스크포스(TF)를 금융안정실로 격상하고 인력도 확충했다.
유 사장은 "예보는 취약처 주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새마을금고 검사 지원과 리스크 요인 파악 등 금융시장 부실 예방과 위기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현재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금융회사 부실 예방과 위기 전이 방지를 위한 제도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금안계정 법안은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금융사 부실에 대비해 예금보험공사 내 금안계정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금안계정은 이전 국회에서 논의했다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야당은 금융사 부실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고, 예보기금 소진에 따른 '뱅크런' 가능성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법안에 재동을 걸었다. 예금보험기금채권을 통한 재원 마련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자금블랙홀 현상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예보 등은 논의를 거쳐 내용을 보완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안계정 법안에 따르면 자금지원 발동 주체는 예보가 아닌 금융위다. 예보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책임 있는 금융당국의 개입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가 금안계정 발동하기 전에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예보 사장 등의 협의도 거쳐야한다.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준비한 셈이다.
금안계정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위축된 유동성 공급의 첨병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예보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사, 종합금융사, 저축은행 등에서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 파산 이전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파산했을 시'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금안계정이 시급한 것은 금융권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다. 금융사들이 예보에 납입하는 예보료는 경영 위험이나 재무상황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부과되고 있다. 경영상황이 악화할수록 할증이 붙는다. 286개 부보금융회사 가운데 지난해 말 결산법인 기준 할증등급(C+·C)은 1년 새 23곳 늘었다. 실적 악화인 상황에서 최대 10% 예보료를 더 내야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금융권 경영판단이 본격화하고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세 곳에 대해 다음 달 말까지 평가 사항을 정리해 금융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