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일건설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줘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원을 부과한다고 30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제일건설은 그룹 내 시공법인 중 PF 대출에 필요한 신용등급과 시공 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다. 반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건설 실적 확보와 수익성 증대에 한계가 있었다.
제일건설은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제이제이건설과 2016년부터 총 4건, 제이아이건설과는 2017년부터 총 3건의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 발주공사에서 통상적으로 공동도급은 단독 수주(시공)보다 사업상 더 유리하거나 그 외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이뤄진다.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이나 제이아이건설이 면허를 보유한 공종에 대해 '공동이행 방식'으로 공동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공동이행 방식은 공동수급체가 연대해 공사계약 이행 책임을 지되 구성원이 지분에 따라 원가를 투입하고 이익을 배분하는 공동도급 유형을 말한다. 지분율은 일관되게 제일건설에 70%,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에 30%로 배분했다.
이러한 지원행위로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경쟁상 지위를 크게 강화했다.
그 결과,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과의 공동 시공으로 각각 1574억원과 848억 원의 시공 매출을 거뒀으며, 제이제이건설은 138억원, 제이아이건설은 107억원의 시공이익을 챙겼다.
공정위는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지원 행위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각각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 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주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건설사의 경쟁상 지위를 인위적으로 제고시키는 반칙 행위가 근절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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