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보수·중도 진영 원로 인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중도 지지층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이회창 전 국무총리나 안철수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의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오찬은 이 대표가 정국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윤 전 장관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어르신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정세가 점점 복잡해지는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며 "저희 같은 사람도 나라가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망조가 들었다"고 발언하면서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가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지고 국제 환경이 나빠지니까 또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라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는 것 같지 않다"며 "국정 최고책임자가 신뢰도가 낮으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고도 했다.
특히 이 대표가 최근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갈등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윤 전 장관도 이에 동조하며 "야당이 할 역할이 제한적인데 대통령이나 여당이 같이 힘을 합쳐보자는 모습은 별로 안 보이는 것 같다"고 "작은 나라가 분열돼서 역량을 모으질 못하니 정말 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며 "소수여당인데 다수당과 대화를 그렇게 안 한다는 것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득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빨리 만나야 한다"며 대표회담 개최를 재촉한 이 대표는 오찬 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한 대표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다"며 "껄끄러울수록 만나서 문제를 다 드러내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본인의 민생 대표 정책인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추가 발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큰 돈 안 들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왜 끝까지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