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등 3사 사용자 2264만명
시장규모 내년 43조 확대 전망
지난해 분쟁조정 4195건 기록
민관 협력 원스톱 시스템 운영
역량강화 위해 교육 등 진행도
시장규모 내년 43조 확대 전망
지난해 분쟁조정 4195건 기록
민관 협력 원스톱 시스템 운영
역량강화 위해 교육 등 진행도
# 지난해 말 A씨는 쓰던 27인치 모니터를 중고거래 앱에 내놨고 B씨가 이를 20만원에 사갔다. 하지만 B씨가 택배로 받은 모니터는 패널이 손상된 상태였고, 이에 대해 A씨는 택배사나 구매자 취급 과실이라 주장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에서 A씨는 모니터를 돌려받고 절반인 10만원을 환불해주는 것을, B씨는 돌려주지 않고 10만원을 환불받거나 반품하고 15만원을 환불받기를 원했다.
패널 손상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명확치 않았지만, 분쟁조정 과정에서 판매자·구매자 모두 발송·수령 전후로 해당 물품을 외부에 상당 기간 방치하는 등 주의가 부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자거래분쟁조정위는 B씨가 물품을 A씨에게 반품하면서 택배비 포함 5만원을 주고, 해당 중고거래 앱 내 예치금을 통해 20만원을 환불받는 것으로 조율했다.
검색을 '구글링'이라고도 부르는 것처럼 '당근하다' 등의 말이 통용될 정도로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요즘이다. 옷이나 신발부터 각종 전자제품, 명품 시계·향수 등과 자동차까지 거래가 오가는 물품도 다양하다. 고물가 시대에 중고거래는 일상이 됐다.
◇고물가 시대 중고거래 일상화에 분쟁도 여기저기=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고거래 앱 플랫폼 3사인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합산으로 올해 8월 기준 설치자 수는 3378만명, 사용자 수는 2264만명에 이르렀다. 국내 10명 중 6명 이상이 앱을 깔았고 4명 이상이 쓰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조원으로 성장했고 내년에는 4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중고거래가 활성화될수록 자연스레 이용자 간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환불 지체 등 이용자 피해도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중고거래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20년 90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95건을 기록하며 폭증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전체 분쟁조정 신청 가운데 이미 지난해 기준 77.1%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고거래 분쟁은 주로 비사업자인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조정 업무를 담당하므로, 개인 간 거래에 관해는 KISA 내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끼리 자유롭게 주고받는 거래인만큼 분쟁도 다양하게 발생하므로 보다 정교한 해결책이 필요해졌다.
◇다양한 개인 간 분쟁, 민관 협력으로 해결한다=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지난해 기준 중고거래 분쟁조정 성공률은 62.2%, 중고 거래 외 조정 성공률은 78.3%로 중고거래 조정 성공률이 12.6%포인트 낮았다. 개인 간 거래 등 중고거래 특징이 조정 성립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이에 시장 신뢰 하락에 따른 이용자 이탈 등 악순환을 우려, KISA가 해결방안 강구에 나섰다. 중고거래 분쟁 급증에 대응해 조정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ISA는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 3사와 효과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2022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플랫폼이 자율 분쟁조정을 우선 진행하고, 조정 불성립 시 전자거래분쟁조정위의 합의부 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민·관 분쟁조정 원스톱 시스템' 시범사업을 올해 6월 가동했다. 위원회로 바로 조정 건이 쏟아져 대응 역량과 서비스 품질도 우려됐던 과거와 달리 플랫폼이 선제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 3사와 KISA 간 실시간 사건 공유 및 상담·조정 등 유기적 연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사관 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분쟁조정 절차 개선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면서 신속한 분쟁 해결, 행정기관 사건 집중 해소, 플랫폼 신뢰도 향상, 이용자 권익 향상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KISA의 설명이다.
KISA는 개인 간 거래 분쟁조정을 위한 종합적 가이드도 마련했다. 학계·법조계 등 조정 전문가, 정부·조정기관, 플랫폼사 정책 실무자 등 중고거래 자율 분쟁조정 연구 및 실무자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자거래분쟁조정위가 실제 조정 업무에 활용 가능한 공통의 분쟁해결 기준을 마련, 추후 플랫폼사 및 일반 이용자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자 거래가 아니므로 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민법의 해석과 사례 기반으로 해왔던 분쟁조정 기준을 그동안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분쟁조정 역량 강화로 중고거래도 더욱 편리하게= KISA에 따르면 올해 '민관 분쟁조정 원스톱 시스템' 시범 가동 후 월평균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22.9% 감소하고 조정 성공률도 3% 향상됐다. 플랫폼 내 분쟁조정센터의 경우 당근이 먼저 오픈한 데 이어 최근 번개장터 또한 마련했다.
또한 KISA는 비사업자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 기준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중고거래 플랫폼사 자율분쟁조정 운영 등 표준화 방안을 내년 하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자율분쟁조정 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정기 교육 등도 병행한다.
김주영 KISA 개인정보안전활용본부장은 "유일한 전담기관으로서 수년간 쌓아온 개인 간 중고거래 분쟁조정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해결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며 "신속한 분쟁 해결과 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해 플랫폼사의 자율조정 역량을 높이는 한편, 전자거래분쟁조정위의 분쟁 해결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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