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이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통합 법인명은 기존 'SK이노베이션'을 사용한다.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SK이노베이션 E&S'라는 명칭으로 편입된다.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소형모듈원전,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과 에너지 캐리어, 에너지 솔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 구축하게 된다. 단숨에 자산 100조원과 매출 88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 등극=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번 합병법인의 탄생은 무자원 에너지 강대국으로서의 에너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정표다. 통합법인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비전이 최태원 SK 회장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녹록지 않았음에도 1984년 북예멘 유전 개발 성공과 1991년 울산 파라자일렌 제조시설 완공은 대한민국이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됐다.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역시 다양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석유·화학과 LNG, 재생에너지, 배터리, 수소 등을 포함한 '토탈 에너지&솔루션 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며 "이런 여건 속에서도 아시아와 태평양을 아우르는 민간 에너지기업이 나온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종합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에너지 강국으로 위상을 높일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화학적 통합 시너지'= 양사는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 방어, 상환전환우선주(RCPS) 재계약까지 여러 난관을 차례로 극복했지만, 이제는 통합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현재는 양사의 이사회 통합 외에 추형욱 SK E&S 사장이 그대로 CIC 대표를 맡도록 해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당장은 물리적 결합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는 합병의 목적인 'SK온 살리기'를 위해서는 당분간 SK E&S의 본원적 경쟁력인 현금창출 능력을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SK E&S는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이래 작년에도 2년 연속 매출 11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SK그룹 내 '알짜회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통합법인 출범 이후에는 화학적 결합으로 궁극적인 시너지를 내야 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각각 정유, 석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와 재생에너지라는 친환경 에너지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 두 분야를 통합해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시너지의 조기 창출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통합법인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2027년 이후 자기자본이익율(ROE)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빠르게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도의 주당 최소 배당금은 2000원으로 정하고, 2027년 이후에는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비율을 35% 이상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SK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정유·화학 및 배터리·소재에 이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합병법인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는 2027년 이후 이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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