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31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를 열고 지난해부터 회의 파행, 위원회 보이콧 등이 벌어지는 인권위에 대해 질타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향해 "인권위에서는 안창호 위에 이충상(상임위원), 이충상 위에 김용원(상임위원)이라는 해괴한 말이 돌고 있다"며 "김용원, 이충상 위원이 개입을 엄청나게 하고 있어 '인권위농단'이라는 말까지 들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충상 위원이 위원장 방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답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세간에 용산은 김건희 공동정권이라고 하는데 인건위는 이충상·김용원 공동위원장이라는 내부망 게시글이 있다"고 질타했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가 제가 오기 전부터 제대로 작동 못 한 것이 사실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말 어렵다"고 호소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부터 인권활동가 출신인 박진 전 사무총장과 김용원·이충상 위원이 대립하면서 회의 파행, 전원위원회 보이콧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박 전 사무총장은 결국 안 위원장의 취임 후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28일 사퇴했다.
운영위는 인권위가 최근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 표결 관행을 폐기시킨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전원위에서 3명으로 운영하던 소위원회를 4인 체제로 바꾸고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진정 사건을 자동으로 기각하기로 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기각과 인용 의견이 같은 수더라도 기각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모경종 의원의 질의에 안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3명의 찬성이 있을 때 인용되고 과반수로 의결되지 않으면 기각되는 것"이라며 "2대 2일 경우 소위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안 위원장은 물론 이들 상임위원들의 태도 역시 의원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안 위원장은 국감 시작에서 "(국회에 제출된)업무현황 보고는 위원장이 책임지는 자료냐"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간과돼 보고된 부분이 있다"고 답했는데, 보고 내용을 부정한다는 의미라며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다. 박찬대 운영위원장 역시 "위원장이 인권위원회 자체는 아니다"라며 "인권위가 그동안 업무적으로 진행해 국정감사에 보고한 내용을 위원장 개인의 생각과 다르다고 부인한다면 위원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국감 증인선서 과정에서 안 위원장의 대표 선서를 거부하고 따로 증인선서를 하겠다며 "형사소송법은 증인선서문을 낭독하고 서명날인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지 무슨 합동결혼식마냥 집단 선서를 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야당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