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회의를 주재하고 특별감찰관 추진과 의원총회 표결 여부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중진 의원들은 특별감찰관 추진 여부에는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의총에서 표결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들이 '의총으로 인해 당이 분열하고 갈등하는 양상을 비춰서는 안 된다', '표결 양상으로 가는 것은 숙고해야 한다', '가급적 지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한 대표가 띄운 특별감찰관 추진 여부를 두고 다음주 중 의총을 개최할 것으로 점쳐졌다. 추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진 발언에 '원내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자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장 표명과 의총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특별감찰관 추진 여부를 의총에서 표결할 경우 자칫 친윤(친윤석열) 대 친한의 '세 대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의총 표결을 계기로 계파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경우 여권 전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것이다. 중진의원들이 이날 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의 의총 논의와 표결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후폭풍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권영세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의총을 통해서 결(특별감찰관 추진 여부를)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을 봐도 이를 통해 특별히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굳이 표결을 해서 (계파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표결은 적절하지 않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논의해서 합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의총 개최 여부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추 원내대표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여러 견해가 있는 만큼 의총을 확정하기 전에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다양하게 듣겠다"고 했다.
다만 중진의원들은 특별감찰관 임명의 필요성이나 당정 관계 해법을 두고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놨다.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진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어서 정확한 표현으로 집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 리스크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부담을 해소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방식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경태 의원은 "향후 정국을 용산이 아니라 당에서 주도해야 한다"며 "한 대표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 국민을 보고 가야 하기에 특별감찰관제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 의원은 "아직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일을 대통령실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룸(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내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현재 특별감찰관 추진에 단호한 입장을 펼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특별감찰관은 과거 비위를 조사하는 기능도 있지만 주로 미래의 비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데 중점을 둔 제도"라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국민과 지지자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한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추 원내대표는 "중진회의는 물론 당대표와의 간담회 등이 자주 열렸으면 한다는 건의도 있었다"며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당대표실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