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주식 600만 주의 행방이 묘연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식을 잃어버린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이 사태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에르메스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인 니콜라 푸에시(81)가 주장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횡령 사건을 둘러싸고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에시는 지난해 자신이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600만주는 에르메스 지분의 6%에 달한다. 시가는 12억 유로(약 18조 원) 어치다.
푸에시는 범인으로 1980년 대부터 자신의 자산 관리인으로 일한 에릭 프레몽을 지목했다. 자신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던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는 것. 그러나 프레몽은 푸에시가 금치산 상태에서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년 전 푸에시가 고용한 모로코 국적의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푸에시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허위 주장을 펴도록 조종한다는 것. 프레몽에 따르면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는 이미 푸에시로부터 스위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흩어진 부동산 54개를 선물 받았다. 정원사는 푸에시의 양자로 입양 절차까지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현지 법률에 따라 양자가 되면 재산 이전에 따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푸에시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에 재산의 일부를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런 배후에 정원사가 있다는 게 프레몽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복지기관은 푸에시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는 프레몽의 신고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는 푸에시의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태 규명이 더 어려운 것은 푸에시의 주식이 소유자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무기명이라는 점이다. 에르메스 가문 구성원들은 이름이 등록된 기명주식을 받았지만, 푸에시만 무기명이다. 그렇다 보니 현재 푸에시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 배당금을 받더라도 신분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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