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티켓 팔아요"…1000만 관중 울리는 암표
단속·처벌 강화했지만 역부족…정가의 3~5배
강유정 민주당 의원 '암표 근절법' 대표발의
지문·안면인식으로 본인 인증 후 입장권 구매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1982년 출범 이래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 정규 시즌 내내 뜨거웠던 야구 열기는 한국시리즈(KS)로 정점을 찍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집계 결과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KS 1차전부터 5차전까지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포스트시즌(PS)으로 놓고 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KS까지 16경기 연속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누적 관중 35만355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역대급 흥행에 찬물을 끼얹듯 또다시 암표 판매가 기승을 부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S에 맞춰 암표 근절 캠페인을 펼쳤으나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정가의 3~5배로 부풀려진 암표 판매 글이 버젓이 올라왔다. 여기에 경찰이 별도의 대응팀을 꾸려 단속에 나섰지만 불법행위를 차단하기는 힘들었다. 경찰은 현재 200건이 넘는 입장권 관련 불법행위를 수사 중이며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암표상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암표 거래는 스포츠를 비롯해 공연, 전시 등 문화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문체부는 2020년부터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함께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센터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30일까지 최근 5년간 접수된 프로스포츠 경기 온라인 암표 의심사례는 총 16만4802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나누면 △2020년 6237건 △2021년 1만8422건 △2022년 3만6823건 △2023년 5만1915건 △2024년(8월30일 기준) 5만1405건으로 해마다 증가세가 뚜렷했다.
특히 프로스포츠 중에서도 야구는 정규시즌과 PS를 합쳐 온라인 암표 신고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올 한 해(8월30일 기준) 접수된 KBO 정규시즌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5만171건으로 전체의 97.5%에 달했다.
신고가 접수돼도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았다. 온라인 암표를 적발하려면 좌석번호가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좌석번호가 확인된 온라인 암표 의심사례 건수는 4713건에 불과했고 확인되지 않은 건수는 16만89건으로 절대적이었다. 적발이 이뤄지더라도 티켓 판매사와 협력해 예매 취소 처리를 하거나 경고문을 발송하는 식의 후속 조치만 취했을 뿐 센터 운영 이후 경찰에 수사 의뢰한 사례는 '0건'이었다. 이는 센터가 증거를 수집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의 5차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9월 27일부터 시행 중인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판매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적발 가능성이 낮고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거래라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붙잡히더라도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범칙금 16만원을 부과하고 판매 수익을 압수하는 수준에 그친다. 암표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스포츠뿐 아니라 공연도 비슷하다.
강유정 의원은 암표 거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입장권 판매 단계에 생체 인증 방식 등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입장권 판매자, 판매 수탁자가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물리적 조치를 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전자금융거래에서 지문·안면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해 본인 여부를 인증하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 경기나 공연 입장권을 구매할 때도 안전성을 인정받은 기술적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하자는 게 핵심이다.
강 의원은 "암표 근절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아이디 옮기기', '대리 티켓팅' 등 편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있다"며 "민감정보를 직접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방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술적·물리적 조치를 도입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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