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메타플랫폼에 과징금 216억1300만원과 과태료 1020만원,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5일 밝혔다.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국내 이용자 약 98만명의 민감정보를 수집해 광고주에 제공, 약 4000곳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타는 이용자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 클릭한 광고 등 행태정보를 분석해 특정 종교, 동성애, 트랜스젠더, 북한 이탈주민 여부 등 민감정보 관련 광고주제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런 민감정보를 수집해 맞춤 서비스 등에 활용하면서도 데이터 정책을 불분명하게 기재한 채 별도 동의를 받지 않고 추가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거절했다. 또 사용되지 않는 계정복구 페이지를 제거하지 않아 해커에게 악용돼 한국 이용자 1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민감정보 처리 시 합법적인 근거 마련과 함께 안전성 확보 조치 및 개인정보 열람 요구에 성실히 응하도록 시정명령했다.
개인정보위가 메타에 내린 제재 가운데 민감정보 관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메타는 2018년부터 이용자의 타 플랫폼 활동 정보까지 수년간 무단 수집·분석해 맞춤형 광고에 이용, 구글과 함께 총 1000억 규모(메타 308억원) 과징금 처분을 2022년 9월 받은 바 있다. 이번 제재 건도 이때 함께 인지돼 자료 제출 요구 등 조사가 계속돼온 사안이다.
조사 과정에서 메타는 프로필 민감정보 수집행위를 2021년 8월 중단하고 이에 해당하는 광고 주제를 2022년 3월 파기하는 등 자체 시정조치를 했다. 하지만 메타는 앞서 받은 처분으로 과징금을 납부하면서도 시정명령은 따르지 않고 있다. 2022년 과징금과 함께 내려진 시정명령에 대해 메타는 개인정보 수집 주체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 진행 중이다. 법원에 집행정치 가처분도 신청해 인용된 상태다. 지난해 2월 서비스 이용을 위한 강제 동의 유도 관련해 내려진 시정명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메타아일랜드 및 인스타LLC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부과된 과징금 74억원에 대해서도 재판 중이다.
행정소송은 민간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고, 메타가 승소할 경우 이미 변경한 시스템을 되돌리긴 어려우므로 개인정보위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이미 사실관계가 파악된 사안이라면 법원이 소송을 빠르게 진행해 결정해주는 게 정보주체 권리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사안은 위반 시점이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전이므로 전체 매출이 아니라 기존의 관련 매출 기준으로 산정됐다. 일각에선 과징금 상한을 더욱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이은정 개인정보위 조사1과장은 "개인정보를 수집,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의무는 국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는다"며 "시정명령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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