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를 벗어나자마자 닿은 고양 향동지구. 지구 중심지의 한 지식산업센터 7층에 들어서자 730평에 달하는 공간이 블루·레드·그린 영역으로 구분돼 있었다. 북쪽으론 서오릉, 서쪽으론 망월산의 가을 풍경이 풍경화처럼 펼쳐졌다.
2004년 8월 창업해 21년 차를 맞은 IT기업 굿모닝아이텍의 보금자리다. 지난 6월 본사를 서울 상암동에서 이곳 향동지구로 옮겨 새로운 20년 역사를 시작했다.
사무실 곳곳은 정확하게 계산되고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처럼 공간과 설비가 짜여 있었다. 창가에 마련된 모바일 근무석, 화장실과 별도로 된 세면장, 개인 전화부스와 휴식공간 등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곳곳에 보였다. 모든 직원의 책상 위에는 원목으로 된 이름표가 놓여 있었다.
◇사무실 배치 직접 짜는 대표, 크고 좋은 공간은 직원들에
그런데 회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주찬 대표의 업무공간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소박했다. 맞은편에 대형 건물이 보이는 남쪽 한 켠, 출입문도 없는 공간에 놓인 책상에서 이 대표는 한 직원과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복도를 따라가면 나오는 창문 바로 앞 오른쪽 후미진 공간은 대표이사가 앉기에는 옹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직원들을 위한 공간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나니 막상 자신의 업무 공간은 빠듯하게 남아서였을까. 이 대표의 책상 맞은 편엔 회의용 탁자와 책장이 하나 놓여 있었다.
최근 사옥을 다녀간 정운현 한국문화정보원장은 이 대표의 공간을 본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원 수 360여 명, 연매출 1000억을 3년 연속으로 내고 있는, 이 업계에서는 중견에 속하는 기업의 총수 집무실 치고는 매우 소박했다. 2004년 6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20년 만에 이 정도로 키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싶었다"고 썼다.
평소 인테리어와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는 20년간 4번 사무실을 옮기면서 사무실 레이아웃과 인테리어 기본설계를 직접 했다고 한다. 새 사무실의 공간 배치와 집기 설치도 이 대표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다소 유행에 뒤져 보이는 책장을 비롯해 이전 사옥에서 쓰던 물건들도 많이 가져왔다.
이 대표는 "올해 사옥이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제 새로운 공간에서 직원들과 미래 성장전략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등진 벽에는 '근능보졸( 勤能補拙)'이란 사자성어가 걸려 있었다. '서투른 것을 보충하는 데에는 부지런함이 으뜸'이라는 의미다. 매일 아침 5시 40분쯤 경기 의왕의 집을 나와 회사로 향하는 이 대표의 경영스타일은 '부지런함'과 '섬세함'이란 두 단어로 요약된다.
굿모닝아이텍은 지난 20년간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란 거대한 기술흐름을 이어오며 국내외 대표적인 기술기업들과 국내 700여개 고객사를 잇는 역할을 해 왔다.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정보보안을 주력으로 하면서 공공·금융·제조·유통·국방·교육 등 전 산업영역에 고객사를 두고 있다. 특히 기술기업들과 고객사를 연결하는 '스킨십 마케팅'에 강하다. 기술기업과 공급기업, 수요기업으로 시장에서 만났지만, 평소 스킨십을 다져놔야 꼭 필요할 때 서로가 서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 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에서 IT정책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 대표는 1988년 청호컴퓨터(현 청호컴넷)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펜타시스템즈와 BMC코리아, 아이티플러스를 거쳐 2004년 굿모닝아이텍을 창업했다.
서버·데스크톱 가상화와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VM웨어의 솔루션을 국내에 앞서 공급하면서 2010년 이후 초고속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VM웨어 솔루션과 밀접하게 연계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장비를 함께 공급하며 외형이 빠르게 커졌다. 이어 가상화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프라이빗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반기술, 정보보호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1000억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컨설팅과 솔루션 도입, 시스템 구축부터 유지관리, 문제대응까지 통합 지원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 대표는 "지금은 기술의 구분이 없는 시대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과거처럼 분류해서 다루지 않는다. 클라우드의 부상으로 하나가 된 것"이라면서 "그 흐름을 타고 잘 해왔다. 자연스럽게 멀티 벤더, 멀티 프로덕트를 다루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싶을 때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높이 평가하고 먼저 찾아온다. 그 결과 다루는 솔루션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온 힘은 '근능보졸' 정신이다. 굿모닝아이텍의 영업, 엔지니어 조직에는 특정 솔루션에 한정되지 않고 멀티 솔루션, 멀티 벤더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이 대표는 "하나만 잘해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대한 멀티 플레이어가 될 것을 늘 강조한다. 각자가 주특기를 가지되 클라우드 인프라의 나머지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개인도, 회사도 힘을 가질 수 있다. 직원들도 그 필요성을 잘 안다"고 밝혔다.
많은 IT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를 공급하는 관리서비스 기업(MSP)을 지향하지만 굿모닝아이텍은 접근을 달리한다. 후발주자로 그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원래 잘 하던 온프레미스(자체 구축시스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더 잘 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고객이 원할 경우는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연계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함께 공급한다. 클라우드·인프라 분야에서 VM웨어부터 델, 시스코, 넷앱, 빔, 옴니사 등의 솔루션을 공급한다.
이 대표는 "중견·중소기업이 재해복구센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 등 기존 기업과는 차별화한 사업을 발굴하고자 한다. 남들이 이미 하는데 나도 해보겠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위기 달라진 정보보안 시장서 기회 찾겠다"
최근 공들이는 영역은 정보보안이다. 지난 2010년부터 12년간 보안 전문 자회사를 운영하다가 2년전 굿모닝아이텍으로 합병했다. 아카마이, APPM, RSA, 한국정보인증, 인포블록스, 래드웨어 등 약 20종의 솔루션을 공급한다. 이 대표는 "보안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필수 요소다. 이제 굿모닝아이텍이 보안까지 직접 다뤄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보안까지 더해 퍼즐을 맞추자고 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보안에 더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조직을 더 키우고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해서 전체 매출 중 비중을 현재 20%에서 3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지금까지 보안투자를 숙제하는 식으로 해왔다면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규제를 완화하되 보안사고에 책임지도록 정부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정해진 요건만 지키는 식의 보안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CEO든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든 관점을 바꾸고 제대로 보안을 갖춰야 하는 만큼 투자와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망분리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보안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완화 계획을 밝히면서 산업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유럽 등은 자국에 수출하는 모든 제조사가 자국 보안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도 글로벌이 인정하는 보안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대표는 "우려되는 점은 중견·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은 충분히 역량이 있으니 잘 대비하겠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더해 보안 기준까지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컨설팅, 솔루션 도입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기업 경영자들이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책임자에게 맡겨서 할 게 아니라 회사 전체가 챙겨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AI 혁신, 기술로 뒷받침…1조 시대 청사진 그릴 것"
AI 플랫폼 영역에서는 델과 협업한다. 델은 서버 기업에 머물지 않고 AI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굿모닝아이텍은 서버와 AI 플랫폼을 아우른 폭넓은 협력을 펼친다. AI와 디지털혁신이 성과를 내려면 데이터 관리가 우선돼야 하는 만큼 클라우데라와 협력하며 이 를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AI를 제대로 하려면 정제된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AI엔진에 대한 관심은 하늘을 찌르는데 데이터는 저절로 관리되는 줄 안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데이터가 불량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AI를 도입하려다 실패한 곳들은 데이터 수집, 정제 등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정도를 지나면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관리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플랫폼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엔지니어와 컨설턴트를 보강할 계획이다.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중앙으로 모으지 않고도 연결해서 활용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가상화 솔루션 '디노도'도 발굴해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 솔루션을 검증해 가며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데이터 가상화의 이점이 큰 만큼 좋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운영관리, VDI 운영관리와 모니터링 포털, 서버 가상화 관리와 모니터링 포털 등의 자체 개발 솔루션도 갖추고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조직을 잘 갖추고 각각의 구성원이 역할과 목표에 맞춰서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미래 지향적인 조직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다가오는 20년 동안에는 더 큰 성장을 이루겠다"면서 "30주년에는 1조 매출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뛰겠다. 지금의 사업모델과 다른 새로운 사업을 찾겠다"고 밝혔다. "많이 벌어야 직원도 뽑고 이익을 바탕으로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는 이 대표는 "서두르지 않되, 충분히 경쟁력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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