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여수2공장의 EG(에틸렌글리콜)와 EOA(산화에틸렌유도체)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길어지는 석유화학 업황 침체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여수2공장의 EG 3공장과 EOA 4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수2공장의 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공장 역시 내년까지만 가동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1~3공장으로 나뉘어 있다. 여수 1공장에서 1~2 EG공장이 이미 운영 중이고, EOA 역시 1공장에서 1~3공장이 가동 중인데, 앞으로는 여수1공장에서 EG와 EOA를 집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EG와 EOA가 중국의 대량 저가 공습과 중동의 물량 확대,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특히 EOA는 현재 원가도 안 나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EG는 페트의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기초 원료 중 하나이며, EOA는 건축용 고부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여수2공장의 MMA 생산은 내년 상반기까지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MMA는 광학 디스크, 조명, 자동차 램프, 인조대리석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핵심물질이다.
여수3공장에서는 롯데케미칼과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칼이 지난 2006년 각각 50%씩 투자해 세운 합작사 '롯에엠시시'가 MMA를 생산 중이다. 여수2공장의 MMA보다 롯데엠시시의 MMA가 수익성이 높은 만큼 중복 투자의 효율성을 고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여수1공장의 PET(페트)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여수2공장의 체질 개선까지 검토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에 내몰린 기초화학 부문의 자산 경량화 작업(에셋 라이트)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롯데케미칼은 기초 석유화학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 3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재무 건전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를 청산하기로 했다.
또 LC USA의 미국 내 EG생산 법인인 LCLA의 유상증자 지분 40%을 활용해 연내 약 66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롯데케미칼의 LC USA의 LCLA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약 60%로 바뀐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감이 돈다"며 "여수산단 내 다른 석화사는 심지어 직원들 월급주기조차 힘든 상황인데, 롯데케미칼 역시 자산 매각, 사업 철수, 투자 유치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