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영매체들, 전날 보도로 민주당·촛불행동 서울 도심집회 타전
"어린이부터 野의원까지 각계 30만명 촛불"…민주당 추산과 동일
"탄핵이 평화" "전쟁수입 尹 타도"…이재명 "촛불로 몰아낸 어둠"
국힘 "민주-北 매번 한셋트로 움직여"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하야를 압박한 최근 집회에 '30만명이 모였다'고 자체 추산(경찰 추산 약 1만5000~1만7000명)한 가운데, 북한 김정은 정권의 관영선전매체들도 "30만명의 각계 군중이 윤석열 괴뢰(꼭두각시) 탄핵을 요구"했다고 집회 띄우기에 나서 논란이다. 북한의 대남(對南)도발,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두고도 민주당과 북측은 나란히 윤석열 정부가 '전쟁위기'를 조장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지난 11월2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당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숭례문 인근에서 개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날' 집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재명 당대표가 연설하는 모습(위). 같은 현장에서 '촛불행동' 등으로 추정되는 시민단체 집회 참여자들이 "탄핵이 민주다"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주최측에 호응하는 모습(아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사진·SNS 공개 사진 갈무리>
5일 북한 매체 동향에 따르면 북한 조선로(노)동당 기관지 '로(노)동신문'은 전날(4일) "괴뢰한국에서 30만 명의 각계 군중이 윤석열 괴뢰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 행동에 참가"란 제목으로 민주당의 지난 2일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서울역 인근 집회 내용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을 출처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내나라', '조선의소리' 등 선전매체들도 같은 내용을 타전하고 나섰다.
매체들은 "탄핵기운이 '괴뢰한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며 "'윤석열괴뢰패당'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가 거세차게 폭발하고있는 가운데 2일 서울에서 '초(촛)불행동'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등의 주최로 윤석열탄핵을 요구하는 제113차 촛불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자, 농민, 대학생, 노인들과 어린이들, 야당의원들에 이르기까지 30만명의 각계층 군중이 촛불집회와 시위에 떨쳐나섰다"고 했다.
이어 "폭압정권의 괴수(수괴) 윤석열괴뢰에 대한 증오로 불타는 촛불들과 '범법정권 끌어내리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구호판들을 들고 모여든 수십만 남녀노소들로 인산인해"였다며 "'탄핵이 평화다','국민이 명령한다,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100만 촛불로 계엄시도 봉쇄하자'란 글들이 쓰인 선전물들을 들고 그들은 '윤건희일당'이 지금 살길을 찾아 호시탐탐 전쟁의 기회를 엿보고있다고 규탄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은 '윤석열패당이 무인기 침투와 삐라 살포로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시도'한 것도 모자라 '외(왜)곡선동을 일삼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어들려고 획책'하고 있는 데 대해 단죄하고 '윤석열을 반드시 타도하자, 탄핵이 전쟁을 막는 길이다'고 성토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이 단 하루라도 대통령자리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을 즉시 직무정지시켜야 한다" 등 탄핵소추를 요구한 발언들을 덧붙였다.
매체들은 "그들은 리(이)태원참사에 대해서도 '참사의 원흉은 윤석열'이라고 하면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보다는 권력수사에 미쳐 날뛰고 있다', '윤석열탄핵과 책임자처벌이야말로 또 다른 참사를 막는 계기가 될것이다'고 말했다"며 "정권에 반기를 든 야당과 각계인사들에 대해 탄압을 휘두르는 권력의 노리개인 윤석열검찰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실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이 평화다' '우크라이나 참전, 한반도 전쟁, 윤석열을 타도하자' 등 피켓을 들고 '군대파견 전쟁수입 윤석열을 타도하자' '비선실세 특급사기꾼, 김건희를 구속하라' '유권자가 명령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행진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태원 압사 피해자 유족 일부가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도 이런 동향을 상세히 타전하며 관심을 드러냈단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자체 집회인원 추산대로 "30만명의 각계층 군중"이 모였단 표현도 여과없이 실려 북측의 이해와 맞아떨어졌단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일 집회에서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돼 복귀했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며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했다.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좌파진영의 구호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촛불 정부"를 자처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수용', '민생경제 긴급조치 시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쟁 유발 정책 중단'까지 포함돼 윤석열 정부에 전쟁 유발 내지 도발 책임을 전가하는 북측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단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탄핵 집회'는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탄핵·하야' 직접 언급 없이 "지금은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고 군중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 원내대표, 서범수 사무총장.<연합뉴스 사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두고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전쟁 획책을 하고 있다', '계엄 예비업무를 꾸미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한다. 더 황당한 건 '전쟁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도대체 5000만 국민 어느 누가 전쟁을 원한단 말인가"라며 "급기야 어제 북한 노동신문이 민주당 장외집회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대통령 탄핵 띄우기에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계속되는 황당한 선동과 서명운동은 결국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물어야 할 안보위기 책임을 대한민국 정부에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며 "이처럼 민주당과 김정은 정권이 중요한 현안마다 한셋트로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김정은 정권과 어깨동무 정당이란 오해를 받지 않도록 '안보 불안 선동'을 당장 멈추고, 민생안정을 위한 협치의 길로 함께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