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전면적인 쇄신책이 나오지 나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경고한 대목으로 분석된다. '김건희 리스크' 정국을 해소하는 데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중앙당사에서 열린 평생당원 초청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한 대표는 전날(4일)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건희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참모진 전면 개편 요구에 대해 '인위적인 인적쇄신을 하지 않겠다'고 맞받은 데 대해선 "인적쇄신은 원래 인위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임기가) 2년 반 남았는데 신뢰를 다시 받고 그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실이 김 여사가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대국민 담화 일정을 사전에 연락 받았는지를 두고 "언론에 보도될 즈음엔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을 만나 '국민과의 소통 기회를 일찍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선 "몰랐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 중심에 추 원내대표가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선 "착각이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이 추 원내대표를 비롯 친윤(친윤석열)계에 계속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면에는 '김건희 리스크' 국면에서 주도권을 갖고 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그간 윤 대통령을 향해 변화·쇄신을 거듭 설득해왔다. 특히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와 통화 녹음을 야당이 공개한 후엔 솔직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제안한 각종 쇄신책을 두고는 계파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대부분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친윤계는 개각을 포함한 인적 쇄신이나 김 여사 문제 등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결단할 영역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에서 하는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자유 질의응답을 통해 제기되는 모든 현안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회견시간이나 질문 분야·개수 등에 제한 없이 다양한 질문에 답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 공지에서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명 씨의 녹취록 공개 등 일파만파로 퍼진 공천 개입 의혹이 확산하며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해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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