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3분기 이자수익 의존도 90% 달해
중도상환수수료 손질 앞둬…김병환 "혁신했는지 의문"
은행 비이자수익이 수년째 신통치 않다. 가까스로 비이자수익을 늘려도 이자수익은 더 크게 늘어나고 있어 포트폴리오의 불균등이 심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도 정비한다. 이 경우 지금보다 절반가량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다. 새로운 혁신 없이는 이자장사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비이자수익 비중은 평균 12.2%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 12.6%, KB국민은행 10.9%, 신한은행 10.3%, 농협은행 9.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은행으로 넓혀보더라도 비이자수익 지표는 부진하다. 국내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지난해 8.9%를 기록했다. 앞서 2019년 14%, 2020년 15.1%, 2021년 13.2% 등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가 이후부터 한 자릿수에 그쳤다. 2022년에는 5.7%, 2023년 8.9%로 집계됐다.
비이자이익 확대는 은행권 숙원사업이다. 비이자이익에는 송금, ATM기기 수수료를 비롯해 신용카드·신탁·방카슈랑스 등 은행연계 보험 상품 수수료,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 수익 등이 있다. 이중에는 은행 고객들에게 수조원대 손실을 안겼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의 수수료도 포함돼 있다.
올해는 주식시장이 부진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유가증권 평가손익(장부상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외환·파생 관련 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홍콩H지수 ELS 소비자 피해 사태로 신탁 상품 판매가 전면 중단돼 공격적인 영업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우리은행만 파생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7%를 넘어섰고 나머지 은행들은 10% 가량으로 저조했던 배경이다.
최근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자도 줄고 있다. 점포를 방문해 이체를 하는 사람보다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창구를 활용한 수수료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 전문가를 동원해 고액자산가를 타깃 삼고 이들의 자산관리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충성 고객을 찾기도 쉽지 않다.
특히 내년부터는 중도상환수수료도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를 위해 당국 차원에서 실제 사용한 비용에 맞춰 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비용 반영 시뮬레이션을 잠정 취합한 결과를 바탕으로 중도상환수수료가 지금보다 절반가량 내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비이자이익에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면 새로운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편중된 수익 구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고금리 상황에서 많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상생의 의미라든지 여러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은 수출시장서 경쟁하고 혁신한 결과로 이익이 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행은 혁신이 충분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