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조선시대 옛사람들의 개에 대한 사랑](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0702102369058001[1].jpg "[논설실의 서가] 조선시대 옛사람들의 개에 대한 사랑")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이종묵 지음 / 돌베개 펴냄
현대인에게 개는 애완을 넘어 반려의 존재다. 물론 반대로 비하의 용어로 '개'가 쓰이는 사례도 많다. 조선 시대 옛 선인들은 개를 어떻게 대했을까? 100년 훨씬 이전의 글들을 읽다 보면 지금의 세태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마치 옛사람이 지금의 상황을 미리 알고 가르쳐주는 듯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개에 대한 31편의 옛 글을 소개한다. 개 자체보다는 개의 행동을 통해 잘못된 인간의 행위를 꾸짖는, 교훈적 성격을 갖고 있다. '개망나니', '개 같은 경우',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 등 '개'를 비유한 말 중 고귀한 뜻을 가진 말은 많지 않다.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집에서 기르는 소, 말, 돼지, 양, 닭, 개 등을 육축(六畜)이라 했는데, 육축 가운데서도 개를 가장 천하게 여겼다. 개는 키울 때 깨끗한 음식을 주지도 않거니와 복날이면 다투어 잡아먹으면서도 정작 제사상에는 올리지 않았다. 개는 조선 시대에도 가장 흔한 욕설의 비유로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에는 충구(忠狗), 열구(烈狗), 의구(義狗) 등의 존재가 등장한다. 김정호가 만든 동여도(東輿圖)에는 경북 선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월파정과 의구총이 표기돼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충신 길재나 하위지의 유적 대신 의로운 개의 무덤을 넣었으니, 의구총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미 개가 죽자 새끼 개가 따라 죽는 효구(孝狗) 이야기도 있다. 이밖에 다른 개의 새끼에게 젖을 나눠 먹이는 개, 우애와 효심이 깊은 개, 불심(佛心)이 있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개,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개들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조선시대 문인 박종경(朴宗慶)은 '개를 용서하다'(恕狗)라는 글을 지으며 개가 짖는 것을 보고 성찰을 공부했다. "세상 만물은 타고난 본성에 따라 맡은 일이 있다. 개는 도둑을 막는 일을 하려고 열심히 짖는다. 소는 논밭을 갈고 말은 짐을 싣는다. 이에 비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무슨 잘난 일을 하는가? 내가 병들었다는 이유로 도둑을 막기 위해 짖는 개를 욕하고 죽이려 하였으니, 개에게 부끄럽다." 흘러간 옛얘기 정도로 넘겨 버리기에는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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