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진솔한 태도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진정성을 담아 각종 의혹을 해명하며 사과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요구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봤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다"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을 강화하고 인전 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당내 의원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나경원 의원은 "진솔한 담화와 회견이었다"며 "여러 차례의 겸허한 사과와 다양한 주제 현안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지금은 소모적 정쟁보다는 민생과 국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의 국정 발목잡기를 멈추고 미국 대선 결과,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위기 대응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유상범 의원은 "그동안 여러 가지 논란이 됐던 것들에 대해 진솔하고 진지하게 사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았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국민들이 요구했던 사안 중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라는 부분에서는 대통령이 분명히 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친한계인 진종오 최고위원은 "10점 만점에 6점"이라며 "차라리 짧고 강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동의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처참하고 참담했다"며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처참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담화가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듣기 어려울 정도의 횡설수설, 아무말 대잔치였다는 시민들의 평가가 잇따랐다"며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통령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맹폭했다.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V0 김건희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V1의 결사적 노력을 봤다"며 "윤석열은 사실 인정도, 진솔한 반성도 하지 않고 되레 국민을 꾸짖었다"고 날을 세웠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듯한 현실 인식 수준을 그대로 내보이면서 어처구니없는 망언록만 추가했다"며 "김건희라는 주어가 빠진 사과, 사과할 구체적 내용을 알려주면 사과하겠다는 배짱에 비웃음만 커진다"고 쏘아붙였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연설하는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라고 직격했다. 허 대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앉아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이 또 있었는지 제보 받는다"고 비꼬았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며 무대책인 3무 대국민담화"라며 "대국민 사과를 하랬더니 대국민 훈시를 하고 앉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들에 고개를 숙였지만 야당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판단한 만큼 각 정당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윤 대통령 탄핵 추진 등의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이 헌법에 반한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는데 정작 자신은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검에 참여했냐"면서 "김 여사 특검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대국민 담화인 만큼 민주당은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탄핵만이 해답"이라며 "혁신당은 물가폭등에 이어 국민 혈압까지 급상승시키는 무도하고 뻔뻔한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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