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관세 등 대응에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른바 '2차 미·중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 각 국가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중국에 부여한 최혜국대우(MFN) 지위 철회에 나선다고 공언했다. 위기의 중국 경제를 겨냥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전례 없는 미중 무역 전쟁을 촉발해, 공급망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지로 이전하는 흐름을 가속했다. 베이징에 있는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의 마 웨이는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가장 강경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무역 및 미중 관계 등 전반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씨티은행 역시 중국이 대미 무역의 일부를 다른 국가로 돌리지 못한다면 관세 조치가 중국 경제 성장률을 2.4%포인트(p)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했다. 나트식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을 하는 등 새로운 무역협정을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맥쿼리의 이코노미스트들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로 올린다는 트럼프의 선거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이듬해 중국의 수출은 약 8%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맥쿼리는 기업의 자본 지출과 기업 신뢰도에 대한 타격을 고려할 때 미국의 관세 인상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맥쿼리는 또 성장률 타격에 따른 중국 당국자의 정책 지원으로, 수조원대의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60%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3조위안(약 582조6900억원) 규모의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추가로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3조위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노믹스 2.0과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의 경우 최대 1.1%p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중국 외 모든 나라에서 오는 수입품에도 관세 10~20%를 부과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노믹스 2.0의 경제 철학에 대해 대외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한다며, 수입 관세율 인상이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수입 관세율 인상은 세계 평균 관세율 인상을 유발해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킨다며,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하고 성장률이 하락해 고용 감소 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트럼프의 2차 관세 전쟁을 시나리오로 구분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추정했다. 이 분석 결과를 보면 세계 교역량이 0.36~3.60%까지 감소하고, 한국 수출은 최소 142억6000만달러에서 최대 347억4000만달러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 하락률은 0.5~1.1%p, 취업자 수는 12만8000명에서 31만3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