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 거듭 제기하는 '김건희특검법'을 두고도 위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여사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과 관련해 수 차례 사과하고 장시간 해명했다. 다만 "제 아내라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걸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잘잘못을 엄정하게 가려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순진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브로커' 명 씨와의 통화와 선거 개입에 관련해선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해야한다는 그런 것(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전부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정치선언을 하고 휴대폰 번호가 공개됐는데, 하루만에 문자가 3000개 들어왔다"며 "그 이후에도 카톡, 뭐 텔레(그램) 같은 것도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름 저장이 안 돼도 들어오던데 저는 이제 하루종일 사람들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자면, 아침에 일어나보면 (오전) 다섯시, 여섯시인데 (아내가)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하는 거냐' 그랬다"고 했다.
동문서답식 해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이번 기자회견으로 윤 대통령이 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 볼 정도로 주변인들과 소통한 사실을 공유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의 원인으로 휴대전화를 지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쓰니까 바꾸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보안폰도 가지고 있어 국가안보 이런 문제가 있을 때는 보안폰을 쓰지만 통상적으로 공무원, 장차관들과 국가안보 사항이 아닐 때 제 휴대폰을 쓴다"고 했다.
또 김 여사를 향한 대외활동 자제요구와 관련해선 "지금도 외교 관례상 또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다"며 "앞으로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에 있다"며 "(아내가) 공직자는 물론 아니지만 예를 들어 '대통령이 회의 때 참모들한테 야단을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좀 부드럽게 해' 이런 걸 국정관여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을 덜먹고 원만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가 완료되면 김 여사 리크스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실장은 오늘 발령을 냈다"며 "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조만간 다 뽑을 것이고 사무실도 공사가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에게 여기저기서 요구가 오는 데, 이런 것들을 잘하면 그런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선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 시행 여부를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반대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용상으로 사과의 기자회견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취재진이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하는 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것 같다'고 지적하자 "김 여사 관련 기사를 꼼꼼하게 볼 시간이 없다"며 "잘못 알려진 게 굉장히 많은데 그거 가지고 맞네 아니네 하고 다퉈야겠나.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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