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보고서…공고·투표기간 모두 부족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미로 같은 한국 주주총회 길찾기' 보고서에서 국내 상장 기업들의 짧은 소집 공고 기간과 외국인 투표 조기마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CGA는 아시아 기업의 거버넌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전 세계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글로벌 투자은행, 상장사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회원사들과 함께 올해 3월 정기주총 시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거의 20년 전에 존재했던 많은 장애물이 여전했다고 평가했다.
2006년 ACGA가 아시아 전역의 의결권 행사 시스템 선진화 관련 아시아 10개국 시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개국 중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테파니 린 ACGA 연구원은 "대표단의 경험에 비춰보면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14일이라는 짧은 주주총회 소집 통지 기간과 주총 직전에 공시되는 사업보고서, 이사 보수에 대한 정보 부족,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촉박한 투표 일정 등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코스피 상장사 70% 이상이 주총 2주 전 소집 공고를 냈다는 자본시장연구원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 상법이 규정한 주총 소집통지기간 14일이 중국(20일), 인도(21일), 대만(30일)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린 연구원은 "주총 공고 기간이 짧아 안건 전체를 검토할 기회도 없이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관 개정안을 제안할 때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간략한 개요만 공개해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 채 투표를 진행,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에게만 짧은 투표 기간도 문제로 꼽았다. 현재 국내에서 외국 운용사의 주총 안건에 대한 투표는 현지 의결권 행사 서비스 업체와 글로벌 수탁은행을 거치고 한국예탈결제원이 행사된 표를 모아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예탁원은 외국인의 투표를 주총일보다 조기에 마감하는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정기주총 의안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은 3~5일에 불과하고, 경우에 따라선 반나절밖에 남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짚었다.
또 한국 상법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공시하도록 하는데, ACGA는 이 기간도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너무 촉박해 최신 재무 데이터를 보지 못한 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당 절차 개선과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 친화적 주총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같은 변화가 널리 채택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린 연구원은 "주총 시기 쏠림은 여전히 과도하고 이사 보수와 구체적인 투표 결과 등 핵심정보들에 대한 투명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위임장 요건, 언어 장벽, 시간대가 다른 여러 기관 간의 조율 등 절차적 장애물들이 외국인 주주의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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