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운반선 2척 7135억원 수주…"향후 추가 수주 기대"
옛 대우조선 위기 당시 200만 달러 지원도
위기에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도 한화오션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30년 인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옛 대우조선시절부터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온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의 건조를 맡기며 국내 조선소 중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묵묵히 힘을 보탰다.
11일 한화오션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7135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건조돼 오는 2027년 선주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2척의 옵션 계약이 포함돼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두 기업의 각별한 인연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LNG 운반선과 같은 고급 해양 선박을 운용하는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1994년 첫 발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23척의 선박을 발주한 최대 고객이다. 금액으로는 약 150억달러로 한화로는 20조원이 넘는다.
이들 관계는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 동반 성장을 위한 상호 신뢰 기반 위에 구축됐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 평가하며 LNG 운반선 등 고난이도의 선박을 발주한 바 있다. 단일 선사와 단일 조선소 간 발주척수 기준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이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한 전례도 오랫동안 회자됐다. 2000년대 초 대우조선해양이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했을 때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꾸준히 선박 발주를 이어가며 대우조선의 회복을 도왔다.
2021년부턴 마리아 안젤리쿠시스가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마리아 회장은 2022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운 시기에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2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 한 이후에도 안젤리쿠시스 그룹과의 협력은 지속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LNG 선박과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안젤리쿠시스 그룹과 협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분위기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한화오션 김희철 사장(오른쪽 다섯번째)과 안젤리쿠시스 그룹 마리아 안젤리쿠시스(오른쪽 여섯번째) 회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그리스 현지에서 만나 LNG운반선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