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5일 올해 성과주의와 함께 통상 정책에 중점을 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의선 회장의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조선·방산업의 중심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에 직접 오르며 트럼프 당선인이 보낸 러브콜에 화답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현대차 창사 이래 외국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미 전략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와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2022년에는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COO 보임과 더불어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확장됐다.
현대츠그룹은 또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성 김 사장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으로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
올 1월부터는 현대차 고문역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현대차의 대미 전략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 체제에서 관세 인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을 맡은 이후 적극적인 개방형 인사에 나서며 외부 인사를 수혈해 왔다. 특히 디자인, 엔지니어 등의 분야에서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는데 올해 인사에서는 성과주의와 함께 통상 대응에 중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이 위기 극복 차원의 인사 포석이라면 한화그룹은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에 오른 것이 대표적 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일 김 회장이 최근 자사의 회장으로 신규 선임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도 회장에 올랐다.
이는 김 회장이 방산 분야에 힘을 더 싣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협력을 요청한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의지로 해석된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 6월 1억달러(한화 약 1380억원)을 투자해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했다. 필리 조선소는 미국 존스법에 의거해 미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지분 46.73%, 한화오션 지분 23.14%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부문 창원사업장을 방문하며 방산 사업이 힘을 실어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