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관세 부과와 반도체지원법(칩스법)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아 외국인 투자자의 추가 이탈을 우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144.29포인트(5.63%) 내린 2416.86으로 마감했다. 지난주 낙폭은 지난 2022년 9월30일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주 장중 한때 2390.56까지 내려앉으며 지난 8월 5일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강달러 현상이 짙어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환손실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시에서 투자금을 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주요 6개국 대비 달러의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지수는 지난주 106.99까지 치솟았고, 아직까지 106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초 이 지수는 100.931에 머물러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강달러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11.31원까지 올랐다. 당국의 개입으로 1393.68원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변동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은 "이제는 환율 상단을 열어놔야 할 때"라며 "당국이 환율을 낮추기 위한 개입 의지를 밝히고 있긴 하지만, 상향 방향성이 확실한 지금 당장 외환 보유고를 투입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0년물 기준 연 4.5%에 육박한 미국 국채 금리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코스피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국채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4.096%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5일 한때 4.505%까지 치솟았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조87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4일과 7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코스피 주식을 던졌다. 외국인 매도세는 특히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 10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8613억원어치 팔았다.
다만 현재 높아진 환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1400원대 환율에 적응하고 있고, 1200원대 진입한 외국인들이 섣불리 자금을 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주가 방어에 나선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3조원은 3개월 내 매입해 모두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4만9900원으로 '4만전자'에 진입한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코스피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5일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새 3600원 급등했다. 외국인도 13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오 팀장은 "환율 1400원은 이제 뉴노멀이 됐고, 시장은 과거와 같은 이벤트에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고, 시장은 점점 더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트레이드' 외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점은 악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중장기 부진한 업황 전망의 변화나 특별한 호재는 없었다.
이차전지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커지며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가 지난 15일 10%대 하락했다.
트럼프 트레이드 약세 역시 내년 1월 새 정부의 공식 출범 전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코스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21일 발표되는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에 따라 시장의 향방도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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