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해도 자녀 낳을수 있어'
42.8%로 10년새 12.5%p 증가
전문가 "제도 개선해 저출산 해결"
42.8%로 10년새 12.5%p 증가
전문가 "제도 개선해 저출산 해결"
결혼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청년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20대 청년 5명 중 2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결혼은 의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줄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의 비중이 전체 42.8%에 달했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2.5%포인트(p) 증가했다.
약간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4년 24.6%에서 올해 28.6%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으로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는 반면,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결혼 비용이나 의식 절차 등을 포함한 결혼식 문화에 대해 20대 중 '과도하다'는 응답의 비중이 전체 77.5%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실제 출산율 통계에서도 반영됐다. 법적혼인상태별 출생을 봤을 때, 지난해 혼인 외의 출생아 수는 1만857명으로 전년보다 1094명 늘었다. 2020년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에서 혼인 외의 출생아는 4.7%로 1981년 관련통계 작성 최고치를 보였다. 학계에서는 비혼 출산이 증가하는 만큼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비혼동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양육하는 비혼 가정 중 62.4%는 '세금 납부 시 인적 공제나 교육비 혜택 없다'와 '부모 중 1명이 보호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53.1%가 응답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엄마'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다만 엄마의 법적 지위가 미혼모라,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경우 40.5%, 영국 49%, 프랑스 70.4%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서구권과 다르게 한국의 경우 동거,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비혼 정책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에 대한 제도 개선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출산' 연구에서 비혼 출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동반가정 등록제' 정책을 제안했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동거인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가족복지 서비스 적용', '병원에서 수술동의서 등 법적인 배우자 인정' 등이다.
보고서에서 김 교수는 "정부는 비혼 인구의 증가세에 맞서 적극적인 가정 구성과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며 "기성세대 역시 혼인 아니면 독신이라는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체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혼 동거가 대안적인 가족 구성의 한 방식임을 확인하고 이를 제도적 보호막 아래 놓을 때, 청년세대의 가족 구성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종국적으로 출산율 급속한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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