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개발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시행사(디벨로퍼)가 고금리 대출을 통해 토지를 매입하기보다는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현물출자해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로 한 것인데, 업계에선 실효성이 제한적인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정부는 관계부처(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합동으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시행사가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을 받아 토지 매입 단계부터 대출을 받아 개발을 할 수 있는 현행 PF 제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구조는 부동산 경기 위축이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상황에 취약하고, 시행사의 부실 위험이 건설사와 금융사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PF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위해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중장기적으로 20%까지 상향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토지주가 토지와 건물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방식으로 현물출자(지분투자) 하면 완료 후 리츠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를 늦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 적은 방안이라고 보는 목소리가 높다. A시행사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PF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총 사업비의 2~3% 수준이라는 것은 선분양 아파트 등 주택 사업에 해당한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20~30% 수준으로 구조화하고 있는데 이를 혼용해서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PF사업의 위험을 시공사와 금융사에 전가한다면서 그 위험을 토지주에 전가하자고 한다면 어느 토지주가 그렇게 하자고 할까" 하고 말했다.
다른 B시행사 임원은 "원래도 토지주가 출자를 해 사업에 참여하는 지주공동사업 형태의 개발사업, 예컨대 주택 정비사업 등이 있지만, 개발사업은 장기간 이뤄지고 위험성이 높은 사업이다. 사업 기간 중에도 무슨 일이 있어 사업 자체가 엎어질 지도 모르는데 토지주더러 준공한 다음 사업이익을 가져가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업이 잘못되면 에쿼티 투자자인 토지주는 후순위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사나 토지주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해서 내린 방안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토지주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부동산원 등 공공에서 리츠 설립을 지원, 사업성 분석 등 컨설팅도 진행하고, 토지주가 현물 출자 시 LH 매입확약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주는 토지주 대로, 시행사는 시행사 대로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대를 강제하기가 어려워 나온 방안이란 분석이 나온다. PF 개발사업을 강한 규제로 위축시키면 가뜩이나 우려되는 공급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방안은 개발사업에서 단순 매각이 아니라 리츠 등으로 사업에 참여도 할 수 있게끔 토지주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의미이지 개발사업 위험성의 근본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