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억눌려왔던 국제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이하 러·우전쟁) 전쟁의 긴장 고조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50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리터당 0.43원 오른 1633.97원을 기록했다. 가장 가격이 높은 지역은 서울지역으로 지난 18일부터 리터당 1703원대를 기록 중이다. 경유 가격은 리터당 0.86원 상승한 1467.74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이미 11월 둘째 주 기준으로 5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이달 1일부터 휘발유에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율이 20%에서 15%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30%에서 23%로 축소된 조정 영향이다.
에너지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기름값의 상승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통상 약 2~3주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데, 이날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3% 이상 급등했다.
18일(현지시간) 뉴업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2% 오른 배럴당 69.16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브렌트유 역시 3.18% 오른 배럴당 73.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러·우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반영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우크라 전에 참전하자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허용하면서,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으로 향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또 노르웨이의 원유업체인 에퀴노르가 서유럽 최대 규모인 요한 스베르드루프 유전의 생산을 정전으로 중단한 것이 영향을 줬다. 에퀴노르는 생산 재개를 위해 작업 중이지만 재개 시점은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 1분기까지는 주유소 기름값이 안정세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데 중국 경제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지표의 바로미터인 중국 원유 정제 처리량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중국의 경기 위축을 반영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4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내년 1분기까지 계절적인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가 갑자기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OPEC이 추가 증산을 12월에서 내년 1월로 또 연기했기 때문에, 수급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적정 유가 수준은 70달러 중반에서 후반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