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사들이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며 국내 철강업계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분위기다.
과잉 생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탄소중립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은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특히 철강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자발적인 구조조정 등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잇달아 공장 문을 닫고 있다. 포스코는 전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45년 9개월 만에 폐쇄하기로 결정하는 등 올해에만 두 번째 공장을 '폐쇄(셧다운)'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15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 중이다. 이에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회사의 경북 포항 2공장 폐쇄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경기도 판교 본사 앞 집회와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철강사들의 잇단 셧다운은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인한 실적 부진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철강사들은 노후 생산체제를 재편하고 수익성을 극대화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난 9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673만톤으로 전년 동기 665만톤 대비 1.2%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 494만톤과 비교하면 36%가량 증가한 셈이다. 호황기 기준 90%대를 유지해 온 철강사들의 공장 가동률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갔고, 일부 공정은 가동률이 60∼7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으로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중국 내 수요 둔화로 과잉 생산된 철강 제품이 저가로 수출되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가격 격차는 한국 철강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도 철강업계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며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나섰지만, 이는 한국 철강사들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은 건설, 자동차,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자재로 활용되는 필수 요소인 만큼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때문에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제조업 전반의 성장과 고용 창출에 직결되는 만큼 경제적 중요성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비롯해 ESG경영 강화와 친환경 철강 생산, 신흥 시장 개척과 글로벌 협력 확대 등이 요구된다.
나아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위기 극복에 필수 요인으로 언급된다. 일각에선 무역 보호 조치를 적극 활용해 불공정 경쟁을 완화하고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금융지원을 통해 철강사들이 친환경 기술 등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이번 위기도 기술 혁신과 전략적 대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등 핵심 산업으로 여겨지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15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