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소액주주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여당과 재계의 반발은 민주당이 넘어야 할 과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정말 안타깝다"며 "우량주가 튼튼한 암소인 줄 알았는데 자꾸 새끼를 낳을 때마다 송아지는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소위 물적 분할, 전환 사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회사가 알맹이가 빠져서 잡주가 되는 것"이라고 기업들의 물적분할, 전환사채 발행 등의 행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이사 충실의무 조항 수정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사가 추상적 주체인 회사가 아닌, 실제 주인인 주주에게 이익이 가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경영권 구조의 문제, 지배권 남용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것으로,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9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이사 선임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법인 기업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연내 처리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바뀌고 있어서 어이없긴 한데 그럼에도 우리 당이 책임지고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면 배임죄 남발 등 기업인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도 항소당해서 재판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나"라며 "경영진과 기업인 측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 8단체는 지난 14일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당론 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입장문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경협과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21일에는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여당 역시 이같은 기업의 목소리를 수용해 민주당보다 완화된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 민주당의 '주주 보호 의무화' 대신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관련해 "헤지펀드들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