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시대 필수인프라 '저궤도위성'
스페이스X, 발사 비용 확 낮춰
4만2000개 궤도에 올릴 계획
트럼프 지원에 지배력 더커질듯
'트럼프의 등에 업힌 머스크가 글로벌 통신시장마저 독식하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저궤도위성 시장의 독보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세계 통신시장을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G에 이은 6G 시대에는 저궤도위성이 필수 통신 인프라가 되는데, 스페이스X가 절대적으로 낮은 발사 비용과 막강한 위성 수를 토대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지원까지 받고 있어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 발사 현장에 동행했다.
저궤도 위성은 고도 300~1500㎞ 구간에 쏘는 위성으로, 속도가 빠르고 지연시간이 짧아 지구 전역을 커버하는 통신에 적합하다. 사막, 해상 등 그동안 통신이 불가능했던 곳도 잇는다. 특히 6G에서는 저궤도 위성이 지상의 통신설비와 함께 필수 통신 인프라로 쓰일 전망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부문인 스타링크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의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위성 1기 발사에 드는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인 15억원가량으로 낮추면서 이달 기준 712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지금까지 14조를 쏟아부은 머스크는 총 40조를 투자해 4만2000개의 위성으로 지구 상공을 뒤덮는다는 계획이다.
약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스타링크는 올해 9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표적 내수산업이자 국가 핵심 기간산업인 통신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땅 위에 설비를 두고 서비스하던 기존 통신산업은 국가별 사업자와 서비스 영역 구분이 명확했지만 위성통신은 하늘이 다 뚫려있는 만큼 국가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위성통신 인프라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동안 단 1기도 발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 계획이 그대로 추진돼도 2030년께 2기를 발사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9000억 규모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지만, 최근에야 '3수' 끝에 예타를 통과했다. 예산은 약 3200억원으로 원래 계획의 3분의 1토막 가까이 났다. 주요 각국 투자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6G 표준 기반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6G 표준화 일정과 연계해 핵심 기술과 장치를 개발하는 게 골자로, 국가 차원의 위성통신 인프라 계획은 아직 없다.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려면 저궤도위성 100~200기를 쏴야 하는데 턱없이 수가 적다. 스페이스X와 체급 차이가 큰 국내 기업 차원에서 투자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규모다. 그렇다 보니 국내 통신 3사는 스타링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세계 각국은 미국을 견제해 저궤도 위성통신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민·군·관이 협력해 '디지털 실크로드' 펀딩과 연계해 '궈왕(GW)'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총 2만6000기를 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자체 저궤도위성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인 'IRIS'를 발표하고, 2027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30년 첫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영국이 지분을 인수한 원웹은 현재 634기의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 전략과 글로벌 협력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아무것도 안하면 스타링크를 이용하거나 해외 사업자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국제협력을 통해 망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운용하는 전략을 통해 위성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삼 중앙전파관리소장은 "국내 위성통신 시장이 작다고 투자수익률(ROI) 개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 어떤 핵심 역량을 확보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