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녀측과 형제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잡기위한 여론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한미사이언스를 장악한 차남 임종훈 대표와 장남 임종윤 이사, 한미약품을 장악한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장녀 부회장,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경영진을 잇따라 고발했고, 이에 한미약품도 맞고발을 시작하며 경영권 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인 연합과 형제 측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등 사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주총에 앞서 18일 한미사이언스는 먼저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등 경영진을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고발했다. 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13일에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20일 한미약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 등 주요 관계자를 무고,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가 자사 임직원을 잇달아 고발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고발은 다가올 임시주총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곡된 정보로 인해 주주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발생해 고발장을 제출한다"며 "임 대표 등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수개월째 한미약품을 상대로 벌여 온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도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셋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첫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의 갈등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7일 한미사이언스의 기자회견에서 임종윤 사내이사가 참석하지 않았고, 임종훈 대표도 기자회견이 한미사이언스 관련 건이라서 임원과 나온 것 뿐이라며 모호하게 답을 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번 임시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 주총에는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3자 연합의 제안으로 상정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4로 형제 측 인사가 더 많다. 안건이 모두 통과될 경우 5대6으로 구도가 바뀌고 3자 연합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한편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분쟁은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임주현 부회장은 지난 3월 임종윤 이사를 상대로 빌려준 돈 266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이 가압류 신청을 인용해 임종윤 이사의 주식과 부동산 일부가 동결됐다. 임주현 부회장 측은 임종윤 이사로부터 상환금을 돌려받아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셋째 아들 임종훈 대표는 최근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자신의 지분 1.42%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송 회장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내가 자녀 주식까지 담보로 잡혀가며 마련한 296억여원을 대여했다"며 "이후 송 회장은 돈이 생기면 갚겠다며 상환을 차일피일 미뤘고, 최근 3자 연합을 결성하며 신동국 회장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해 대량의 자금이 발생했음에도 변제 요청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해결방안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이번 주총의 표대결 결과에 따라 다툼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며 "양측은 소액주주들의 표가 많이 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