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21일 "(국회에서) 현재의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되고 방통위가 마비되면 방송과 통신 영역에서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불편이 초래되고 국익에도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전날인 20일 전체회의에서 방통위 예산안 중 간부 인건비와 사무국 운영경비 등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야당 단독으로 208억원 규모의 방통위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안보다 27억원 늘고, 17억원 감액해 총 예산규모는 10억원 가량 증액됐다. 그러나 방통위 본부 총액 2억4800만원, 운영지원과 기본경비 3억500만원, 기획조정관 기본경비 6억8200만원 등 운영 관련 항목은 상당 부분 삭감됐다. 2인 체제인 방통위가 내년에도 정상화될지 알 수 없고, 정부의 방송장악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 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 과방위를 통해서 방통위 상임위원의 추천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은 무엇보다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는 등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통위 구성원 모두가 반가움의 탄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며 "다만 이러한 소식과는 달리 추천될 상임위원 3명에 대한 급여와 직책수행경비 등이 충분히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상임위원의 추천이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수반되는 경비이고 또 그 이행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응당 내년도 예산에 포함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며 "방통위 상임위원 3명의 추천을 조속히 진행하려는 의지가 자칫 예산상의 결함으로 그 빛이 바래거나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기본 경비를 꼭 확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방통위의 운영에 필요 최소한의 기본 경비를 30% 정도 삭감한 건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스팸문자 방지,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 예방, 허위 조작정보 대응 등 중요 예산도 방통위의 기본적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제대로 쓰일 수 있다. 기본 경비가 30% 가량 삭감된 상태에서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송 비용을 전혀 책정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럽다"며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인앱결제 등 많은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고, 국내외 빅테크나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의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이 초대형 로펌과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그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할 때 정부는 소송비용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모쪼록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기본 경비 등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꼭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며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상임위원도 조속히 추천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