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성과는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임팩트(영향)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의 재정을 감안한 R&D 투자 규모와, 리스크를 함께 고민하는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고, 연구현장의 각종 규제나 법·제도는 R&D 본질을 이해하는 속에서 유연하게 재구성해 궁극적으로 '마이너스 규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지난달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카네기멜론대 정책학 박사를 받은 과학기술 정책 분야 전문가다. 특히 기술이전·사업화 연구를 비롯해 정부 R&D 투자 성과 관련 정책 연구에 주력해 왔다.
그는 "국가과학기술혁신 정책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혁신에 기여하는 STEPI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기 위해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정책연구, 현장 소통, 글로벌 등의 주요 키워드를 갖고 향후 STEPI 운영 방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형 R&D 전환을 위해선 유연성 있는 규제와 함께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규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미국의 R&D 투자를 보면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플랜트를 짓기 위한 설비투자가 R&D에 포함해 지원하는데, 유연성을 갖고 R&D 투자를 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R&D 평가 제도와 타이트한 규제 등으로 R&D 생산성이 떨어지고, 평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R&D 왜곡과 기술사업화 성과도 좋지 않다"며 "앞으로는 유연성을 갖고 마이너스 규제로 가야 하고 생각한다"고 피력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선 "트럼프가 R&D 예산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I, 우주, 양자 등 첨단 핵심산업 육성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 대중 기술 견제 정책 확대를 위해 (R&D 예산을 쉽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만의 '소버린AI' 확립과 R&D에 대한 꾸준하고 장기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과기정통부가 국가 과학기술 혁신방안으로 추진하는 출연연 기술사업화에 대해 그동안 출연연이 해 온 역할을 충분히 인정해 줘야 한다고 전제한 뒤 "기술사업화를 할 수 있는 출연연과 그렇지 못하는 출연연을 유형별로 나눠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과 기업 사이에서 출연연이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고려대가 함께 운영하는 KU-KIST 모델과 같은 융합·협력 연구모델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윤 원장은 "신냉전이자 전략적 경쟁 시대를 맞아 R&D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국가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 분야와 R&D 현장 소통에 기반한 민첩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연구를 강화해 '정책 골드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