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과 중국산 저가 EV 공세로 경쟁력 하락
EV 가격 낮추기 혈안…신공법 도입·배터리 원가경쟁력 확보 나서
EV 가격 낮추기 혈안…신공법 도입·배터리 원가경쟁력 확보 나서
포드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포드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8억92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그쳤다. 당시 포드는 막대한 일회성 전기차 비용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이 장기화되면서 판매량 감소에 맞닥뜨렸다. 브랜드 주력 순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이 저조한 판매량에 머무르자 생산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더해 업계에서는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늦은 점이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밀린 이유라고 분석했다.
폭스바겐도 최근 비슷한 문제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까지 고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전기차 업체에게 밀리면서 올 3분기 영업이익 28억6000만유로(4조2000억원)에 그치며 현대자동차·기아에 밀리기도 했다.
전통 완성차들이 잇따라 위기를 겪는 데에는 '생태계 교란종' 역할을 하는 중국산 전기차가 있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소재 공급망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탄탄한 내수 등을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갖추며 세계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에 뒤늦게 유럽에서는 고율 관세를 빼들었으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보복 관세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체 자동차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독일은 이에 대한 우려로 관세 인상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공법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일체화된 차체를 한번에 찍어내는 기가캐스팅 공법을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도 투입해 공정 효율화와 인건비 감축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기가캐스팅과 유사한 하이퍼캐스팅을 생산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며,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데에 적극 나서고 있다. BMW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량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합작공장 건설도 활발하다. GM은 미국 테네시주에 지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사를 통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며 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에서 생산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자사 보급형 전기차에 탑재하며 가격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정책 등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지만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3~4년 이후에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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