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佛 미사일 공격 허용하자
러 "전술핵 사용 가능" 맞불 전략
우크라공군 "러 21일 ICBM 발사"
러 "전술핵 사용 가능" 맞불 전략
우크라공군 "러 21일 ICBM 발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미사일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전술핵 카드로 위협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비핵국가라도 핵무장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러-우 전쟁의 전황이 심각한 단계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공군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거리 수천㎞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는 2022년 2월 개전 이래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은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거리 약 300㎞)에 이어 영국에서 받은 스톰섀도(사거리 약 250㎞)까지 러시아 본토 공격에 투입한 다음날 이뤄져 주목된다.
미국은 에이태큼스 러 본토 공격 허용에 이어 대인지뢰 사용도 허가한 바 있다. 매슈 밀러미 국무부 대변인 지난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번에 이를 번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전술핵 위협을 하게 된 데는 미국과 영국·프랑스가 자신들이 제공한 미사일을 러 본토 공격에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19일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브랸스크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이어 20일에는 영국과 프랑스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 12발을 발사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영국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으로 스톰섀도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영국 정부가 이를 분쟁의 확대로 간주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해 이날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마리노 마을에서 스톰섀도 파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 사용 제한을 해제하자 영국도 뒤따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상회의 기간 서방 당국자들의 비공식 대화에서 스톰섀도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 소식통이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군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영국 총리실과 국방부, 외무부는 모두 "작전상의 이유"를 들어 스톰섀도 사용에 대한 언급을 거절하고 있다. BBC 방송은 영국 내각이 러시아의 격한 반발을 우려해 이번 스톰섀도 사용에 영국이 주도적인 입장이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다른 언급은 삼간 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행동이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풀어주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영국은 미국보다 적극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왔다.
스톰섀도는 적진의 벙커나 탄약 저장고를 뚫는 데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스톰섀도 미사일 수량은 불분명하지만, 수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므로 우크라이나가 목표물을 신중하게 골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대규모 공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CBM 발사가 사실이라면 이 역시 대 우크라이나 위협용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키이우 주재 각국 대사관은 잠정 폐쇄하거나 대피령을 내렸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미사일로 러 본토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상황에서 그가 취임 후 휴전 또는 종전협상에서 영토적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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