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뚫리면 온 가족 털린다"… AI가전의 `완벽 보안`

입력: 2024-11-21 17:43 장우진 기자

폰트

기자 구독

삼성 '녹스 매트릭스' 자체 개발
블록체인 연결기기 스스로 점검
LG쉴드, 정보 분리 공간에 저장
외부 위협·침입 등 실시간 탐지

KES 2024(한국전자전) 삼성전자관 'AI 홈'에서 프로모터가 안심하고 AI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보호하는 '삼성 녹스(Knox)'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철벽보안' 앞세운 AI가전

인공지능(AI) 가전제품이 일상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AI 라이프'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가전제품은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소위 '살림꾼' 역할을 해왔는데,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그 편리함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전엔 대신 빨래해 주고, 대신 설거지를 해주는 '정적인 도와줌'에 그쳤다면 이제는 로봇청소기와 같이 동적인 영역까지 확장됐다. 가전제품간 연결성도 강화돼 허브만 있으면 집안 모든 가전제품을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만큼 소위 '한번 뚫리면' 개인 신상은 온 가족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만큼 AI가전에서는 보안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된다. 국내 가전업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가전 시대를 주도하면서 자체보안 기술을 확보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녹스 매트릭스', 모바일·TV 넘어 가전으로 확장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기술인 삼성 '녹스(Knox)'로 2018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 가전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다중 방어 형태의 보안 플랫폼이다.

삼성은 이에 더해 제품들이 서로 연결된 환경을 보호하는 데 나섰다. '녹스 매트릭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 기기와 네트워크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보안 솔루션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들이 스스로 보안 위협을 점검하고 위협 차단 조치를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이는 크게 3가지 기술 요소를 담고 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트러스트 체인'은 연결된 기기들이 보안 위협을 서로 점검하고, 보안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위협 차단 조치 알림을 준다. '크로스 플랫폼'은 연결 기기들이 서로 다른 운영체제(OS)와 플랫폼으로 운영되더라도 일관된 보안 기준을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크리덴셜 동기화(자격증명 동기화)'는 기기 간 공유 데이터 암호화와 인증 정보 동기화 기능을 수행한다.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즈에서 최고 보안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우선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에 크리덴셜 동기화의 기기간 공유 데이터 암호화 기능을 도입했다. 이에 기기간 공유 데이터를 서버에서조차 암호화한 채로 전송하는 종단 간 암호화(E2EE) 기술을 활용한다. 이에 따라 연결된 제품 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며, 제품을 새로 살 경우에도 기존 사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복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녹스 매트릭스의 트러스트 체인, 크로스 플랫폼, 크리덴셜 동기화 등 기술을 내년 출시할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등 주요 제품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4월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가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또 내년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신제품과 7형 LCD 스크린 'AI홈'을 탑재한 가전제품에 '패스키'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크리덴셜 동기화의 일부인 패스키는 스마트폰에서 지문 등 생체 인증만으로 가전 관련 앱과 웹사이트에 로그인 할 수 있는 디지털 자격 증명서다.

최근 일상에서 앱과 웹 서비스 활용이 늘면서 비밀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는데, 패스키를 활용하면 이런 우려를 덜 수 있다. 동시에 개별 서비스 로그인 정보를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부터 AI 가전에 '녹스 볼트'를 적용해 하드웨어 측면의 보안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녹스 볼트를 탑재한 삼성 가전은 비밀번호, 생체 인식 데이터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별도 하드웨어 보안 칩에 저장해 OS 기반 정보 유출이나 물리적인 해킹 공격으로부터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삼성전자는 올 8월 기준 5개의 비스포크 AI 제품이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또 분기별 1회 이상 사내 모의 해킹 프로젝트를 운영해 AI 가전의 대외 침입에 대한 방어벽을 탄탄히 해나가고 있다.

LG전자의 AI 에이전트 '퓨론'이 탑재된 AI홈 허브 '씽큐 온'을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IoT 기기를 제어하고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LG AI홈 개념도. LG전자 제공

◇LG쉴드로 데이터 활용 전 과정 암호화… 中 보안취약 사례도

LG전자는 고객 데이터 수집, 저장, 활용 등 전 과정에 자체 데이터 보안 솔루션인 LG쉴드를 적용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AI 경영시스템을 인증받아 생활가전의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데이터 보안이나 윤리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LG쉴드는 소프트웨어(SW)의 모든 측면을 고려한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과 데이터를 항상 안전한 상태로 보호하는 자체 보안 시스템이다. 이는 개인정보 등 민감 정보를 암호화하여 분리된 공간에 안전하게 저장하고, 외부에서 작동 코드를 해킹하거나 변조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실시간으로 외부 위협과 침입을 탐지하고 보호한다.

LG전자는 가전뿐 아니라 중앙 서버, 앱, 운영체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상업용 디스플레이에도 LG쉴드를 적용했다. 국제 보안 규격(CC 인증 EAL2, ISO·IEC DIS 18974)도 취득했다.

LG전자의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 장우진 기자

LG전자는 연내 선보일 예정인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사진)에도 LG쉴드를 적용한다. 이향은 LG전자 H&A CX담당 상무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에서 Q9의 강점으로 '무한확장성'을 꼽으면서 "씽큐온에 앳홈의 오픈플랫폼이 통합되면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한곳으로 연결되고, 모든 데이터는 LG쉴드로 엄격하게 암호화된다"고 설명했다.

앳홈은 LG전자가 올해 인수한 네델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으로, 이를 통한 서비스의 무한 확장에도 보안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AI 가전제품에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AI 가전의 특수성 때문이다. 각 가전제품이 허브로 연결되는 만큼, 방어벽이 무너지면 나 하나만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온 가족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또 이동형 AI가전의 경우 카메라가 탑재돼 있는 만큼 집안 곳곳의 정보고 새나갈 우려가 충분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4' LG전자 부스에서 AI 에너지 절약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한 예로 미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 8월 "악성 해커들이 에코백스가 만든 진공청소기와 잔디 깎는 기계 로봇의 통제권을 확보해 해당 기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소유자를 염탐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로봇에 저장된 데이터가 사용자 계정을 삭제한 후에도 에코백스의 클라우드 서버에 남아 있다"며 "인증 토큰은 클라우드에 남아 있어 누군가가 계정을 삭제한 후 로봇 청소기에 액세스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로봇을 중고로 구매했을 수 있는 사람을 염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연구진이 에코백스에 연락해 취약점을 전달했지만 회사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자사(테크크런치)의 논평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IFA 2024서 "녹스 매트릭스로 연결된 기기를 보호하고, 기기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차단해 더 이상 침투가 안되도록 하고 있다. 암호 등 민감한 정보는 녹스 볼트에 별도로 보관해 보호하고 있다"며 "보안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고객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기자 jwj17@dt.co.kr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22
☎ 02) 3701-5500
등록번호 : 서울 아01699
등록일자 : 2011.07.15
발행일 : 2000.03.03
발행인/편집인 : 박학용

[질문에 답하다] "뚫리면 온 가족 털린다"… AI가전의 `완벽 보안`

이 시간 핫클릭

핫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