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며 한국 철강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기를 맞아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보호무역 정책을 확대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감소와 함께 내수 시장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맞서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24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국 철강산업에 대한 수입규제가 한층 강화되며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그간 한국산 철강 수입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미국의 대(對)한국 강재 수입량은 2015년 440만톤, 2016년 350만톤, 2017년 340만톤에서 2018년 250만톤으로 감소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한국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 약 383만톤의 70%로 축소하는 쿼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드 쿼터를 적용받은 한국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250만톤 안팎의 강재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통상정책의 최대 목표로 내세움에 따라, 4대 강재 수입국인 한국을 무역적자국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보편관세가 도입되고 대미 수출쿼터가 현재보다 축소되면 한국 철강의 대미 직접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언급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맞선 중국의 공세적 수출도 예상된다. 중국 철강업계는 이 같은 미중 관세전쟁에 따라 한층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보무철강은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한 수출 확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무역규제는 심화하지만 올해 수출 600만톤에 이어 앞으로 1000만톤까지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 시장과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로 밀어낼 경우 국내 시장에 중국산 철강 유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은 600만톤이었는데, 올해는 9월 말 누적으로 이미 900만톤을 돌파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이와 관련, "중국의 강재 수출은 지속적으로 1억톤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라며 "중국은 중남미·중동 외 한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중심의 수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철강 산업은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취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이 1000만톤에 육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자국 내)규제 완화를 통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현지)철강재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