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사장단 인사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SK·롯데도 이르면 금주 중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에 관심이 쏠리며, SK는 리밸런싱 이후 첫 사장단 인사라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의 미래전략 포석이 예고된다. 롯데의 경우 최근 나도는 '위기설'과 맞물려 신동빈 회장의 어떤 인사 키워드를 제시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대기업 인사가 총수 리더십 강화와 조직 슬림화, 미래 신사업을 위한 기술인재 등판과 함께 미 트럼프 2기 정권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삼성 등 아직 연말 인사 전인 나머지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2심 결심공판이 예정된 25일 또는 그 직후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DS(반도체) 부문의 인사 변화와 함께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다. 반도체를 포함한 삼성의 총체적 난제의 배경으로 경영 리더십 부재가 꼽히는 만큼 이 회장이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내년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강려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이 회장이 직접 등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이 외에 옛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럴 타워의 재건과 함께 일부 전략통에 대한 세대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과거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었던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등의 삼성전자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작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SK의 경우 이르면 이달 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올 한해 '몸집 줄이기' 일환의 1차 리밸런싱을 단행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단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올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 등도 관심사다. 또 최 회장이 AI 중심의 '2차 운영개선(OI)'를 제시한 만큼 엔지니어들이 대거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 관측이 나온다.
최근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그룹의 인사 방향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은 최근 나도는 유동성 위기 '지라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와 별도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출범 이후 적자를 지속하다 올해 일부 조직이 롯데마트와 통합된 롯데온, 올 상반기 적자전환한 롯데면세점, 2022년 미니스톱 인수 이후 영업손실이 규모가 매해 커지고 있는 코리아세븐에서는 쇄신 인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온은 올해 영입한 맥킨지앤컴퍼니 출신 박익진 대표가, 롯데면세점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 둔 '롯데맨' 김주남 대표가,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새로 선임된 김홍철 대표가 각각 수장을 맡고 있다. 이들 조직은 올 들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다만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와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롯데쇼핑이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거둔 성과가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인사를 단행한 주요 그룹들은 경영 리더십 확보와 미래사업 강화, 대미(對美) 대관 능력 강화 등에 초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정기선 HD그룹 부회장의 경우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작년 3월 정용신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인사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이마트-백화점' 계열분리 윤곽이 뚜렷해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선임으로 3년 만에 부회장 직이 부활했고, 대미 통상 대응을 위해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을 외국인 첫 대표이사로 선임해 정의선 회장이 복안이 엿보였다.
LG그룹은 기존 '부회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임원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신사업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술통들이 대거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수연·장우진기자 jwj17@dt.co.kr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