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한복판서 대형 EV 신차 공개
위기를 기회로 삼은 DNA로 트럼프 리스크 돌파 자신
최대 실적에 일자리 창출과 투자로 보답
위기를 기회로 삼은 DNA로 트럼프 리스크 돌파 자신
최대 실적에 일자리 창출과 투자로 보답
구체적 전략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하기 이전부터 준비해온 전동화 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번 LA 오토쇼에서 올해 현대차 신차 라인업 중 가장 주목받았던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아이오닉 9'을, 기아의 미국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EV9의 고성능 모델(GT)을 공개한 것도 이 일환이다.
24일 회사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1986년 미 진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2870만대를 판매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300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기아의 미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업계에서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적자 구조가 큰 산업에 관세를 일괄 10% 이상 인상할 것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 관련 환경보호청 기준들도 낮출 방침이며,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도 논의하는 등 전기차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요소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등을 기회로 반전시켰던 DNA를 앞세워 전동화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포부다.
2020년 이후 팬데믹 당시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차질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졌지만,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인 위기 대응 전략으로 판매량을 높였다. 양사의 미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7%에서 코로나 19가 발발한 2020년엔 8.4%, 반도체 공급망을 겪은 2022년엔 10.6%, 작년엔 1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세계 3위 완성차 업체에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중국산 저가 전기차로부터 시작된 보급형 전기차뿐 아니라 플래그십 전기차까지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 EV9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출시된 데에 이어 현대차도 아이오닉 9을 내년 중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전기차 규제에 대한 준비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미국통인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을 대표이사로, 성김 현대차 고문역을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사장에 임명한 것도 이러한 대응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된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도 문제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무뇨스 사장에 따르면 HMGMA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전에 설립이 결정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영향이 업계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큰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126억달러(약 17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고, 조지아 내에서 4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투자를 이전에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트럼프를 이미 겪어봤기에 그때 쌓은 노하우와 인맥을 통해 대응할 수 있어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현대차가 미국에서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현지 공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이어가면 오히려 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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