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봄 작가, 겨울 무대`가 펼치는 희곡의 향연](http://contents.dt.co.kr/images/202411/20241125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봄 작가, 겨울 무대`가 펼치는 희곡의 향연")
2024 봄 작가, 겨울 무대 희곡집
김유경·윤성민·강지형·소윤정·송천영·이정·송민아 지음 / 지만지드라마 펴냄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다. 신춘문예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 작가들에게 희곡 집필과 무대화 과정을 통해 희곡을 완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지난 8월 낭독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 7편의 희곡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희곡집에 수록되었다.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새로운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부터 지금의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예리한 통찰과 독창적인 표현으로 펼쳐진다.
송천영 작가의 '인간주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의 감각, 그리고 삶을 견뎌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 희곡에는 주거 불안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온다. 떠밀리듯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밀려나고 선택을 강요당한다. 인물이 마주하는 갈등은 곧 현대 사회의 초상이다.
윤성민 작가의 '내 무덤에 너를 묻고'는 조선 경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김춘택은 왕세제(훗날의 영조) 책봉과 대리청정을 밀어붙인 노론의 인물이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하고 노론들은 대거 숙청된다. 그 후 경종은 김춘택에게 왕세제의 목숨을 담보로 자기 능지(陵地)의 공사를 명한다. 김춘택은 순장될 위기에 처하고, 병든 경종은 왕세제가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소문에 그를 처형할지 갈등한다. 얽히고설킨 역사의 비극적 사건이 무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김유경 작가의 '하울링', 강지형 작가의 '배타적 창작의 영역', 소윤정 작가의 '랄라라', 이정 작가의 '선애에게', 송민아 작가의 '장례외전'도 눈길을 끄는 희곡들이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일은 이 시대가 당면한 공통의 질문, 특히 '타자와의 공존'과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폭넓게 맞닥뜨리게 한다. 더 대담한 표현, 더 독창적인 관점을 보여 주는 신진 작가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